병 고치러 기도원에 들어간 친구 결국은....

2010. 4. 7. 08:51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주말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워낙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며 오지 않은 친구들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맨처음 화제는 동창들의 근황이었는데 애석하게도 여섯명의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중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은 폐결핵으로 죽은 여자 동창생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또래 친구들 보다 나이가 두 살 많았습니다.
2년을 꿇고 학교에 입학한 그 친구는 6년 내내 같은 반에 있었습니다.
유난히 키가 컸고 얼굴은 늘 핏기없이 늘 창백한데다 몸도 말라서 달리기를 무척이나 잘 했습니다.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만화책을 즐겨읽던 친구는 동생과 같은 학년에 다니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해서인지 학교에서 별로 말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그 친구는 우리 밭 근처에 살아 밭일을 하다 보면 가끔 마주치곤 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집에서 가사 일을 돕는 것이 눈에 띘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6년이 지났지만 키도 별로 크지 않고 몸도 삐쩍 말라 측은하기 까지 했습니다.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이사를 간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는데 이번 동창회에서 폐결핵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병도 병이지만 그녀가 죽게 된 과정이 너무나 어이 없고 안타까웠습니다.
뒤늦게 폐결핵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 친구는 한동안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요양을 하며 병원을 다녀도 병이 호전되지 않자 주변에서 용하다고 이야기하는 기도원을 드나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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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집에 있는 시간보다 기도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병원도 다니지 않았고 나중에는 약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기도원에 가더라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복용할 것을 종용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끔 기도원에서 나와 집에 올때면 제대로 먹지 못한 때문인지 아니면 병이 악화되서 그런지 얼굴은 검고 창백하고 몸에는 살이 없을 정도로 삐쩍 말라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고 합니다.
결국 기도원에 드나든지 3년만에 친구는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 나이가 불과 스물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 부터 얼굴이 창백했고 부쩍 말랐던 친구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동창회에 참석했던 친구들은 모두 좀더 빨리 병을 발견하고 병원을 꾸준히 다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6~70년대 읍내에는 변변한 병원도 없었고 아프면 무속인을 불러 굿을 하거나 기도원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동창 중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