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알까지 잡아 팔아야 하나?

2009. 12. 3. 09:25사진 속 세상풍경

해마다 이맘 때면 동해안에는 도루묵이 많이 잡힌다.
9월 말부터 나오기 시작해 11월 중반부터 최고로 많이 잡히는 어종이지만 해에 따라 양의 차이가 많아 가격의 부침이 심한 편이다.
예전에 일본으로 대량 수출될 때에는 금값으로 불릴 만큼 고가의 고기였으나 일본 수출이 끊긴 후 가격이 많이 내려왔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도루묵이 많이 잡히지 않아 한 두름에 25000 원에서 3만원을 호가했었다.
다행히 올해는 도루묵이 많이 잡혀 가격이 지난해의 3분의 1가격으로 떨어져 한 두름에 8천원까지 내려왔다.
양미리와 함께 겨울철 별미로 사랑받는 도루묵은 비린내가 거의 없고 내장도 함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요리도 간편해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즐겨 먹을 수 있는 요리다.


삽으로 도루묵을 퍼 나르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어릴 적 그러니까 40 년전 동네 카센타에는 동해안에서 올라오는 수산물 차량들로 붐볐는데 당시 항아리와 수산물로 물물교환을 하곤 했는데 그때 양동이에 하나 가득 삽으로 퍼주던 도루묵이 생각나곤한다.


그때 같지는 않지만 올해 동해안에는 도루묵이 많이 잡혀 어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고 한다.
동해안 각 항포구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어종이 바로 도룩묵인데 계절 별미 도루묵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양양군 물치에서는 12월 5일부터 도루묵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 갈 때면 유난히 작은 도루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족자원 고갈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작은 고기들 까지 잡아 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꽁치처럼 수초에 알을 낳은 도루묵 알까지 모두 잡아 팔고 있는 광경은 정말 안타깝다.
도루묵이 알을 낳고 난 후 시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수초에 낳은 도루묵 알들은 알이 질겨 먹기에도 적당하지 않다고 한다.


일전에 지인의 사무실에 들렸을 때도 도루묵 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도루묵 알을 처음 보았을 때는 죽은 도루묵에서 꺼낸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도루묵이 바다에 낳은 알들을 그대로 잡아온 것이라고 했다.
알을 낳지 않은 도루묵을 잡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낳은 알까지 싹쓸이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루묵 뱃속에 있는 알과 달리 바다에서 잡아온 도루묵 알들은 삶아도 질겨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스펀지를 씹듯이 푸석푸석해 결국 씹다 뱉고 말았다.
그 많던 명태도 이미 오래전에 씨가 말라 살아 있는 명태를 잡아오면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상 기후와 어족 자원의 고갈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어민들 스스로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일은 없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