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나온 수상한 차 어디로 가나 했더니...

2009. 11. 28. 07:45사진 속 세상풍경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장례를 치르기 위해 성당에 모셨는데 그때 아들 4형제의 지인들이 보내준 근조화환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특히 건설회사 소장으로 있는 셋째 동생은 각 회사에서 보내온 근조화환 때문에 놓을 자리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는데 4형제의 근조화환을 모두 세어 보니 60여개가 넘었다.
그때 경황이 없어 화환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뜻하지 않게 장례식장에서 쏟아져 나온 차량을 따라 가 보고 매우 놀랐다.
예전 소문으로만 들었던 장례식장 화환의 재활용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아침 8시 둘째 아들 등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장례식장에서 다섯대의 차량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같은 천막을 두른 트럭들이었는데 보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저 속에 장례식장에서 수거한 근조화환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달리는 차량을 뒤쫓아가 보기로 했다.


차량은 두 곳의 사거리를 지나면서 각각 흩어졌는데 한 곳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동안 근조화환의 재활용 유통 때문에 화훼농가의 타격이 크다는 이야기와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을 확보하면 막대한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로비를 벌인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소문에 민감한 작은 도시에서도 재활용이 이루어 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차량은 예상했던 대로 꽃집 앞에 멈췄고 천막 문이 열린 곳에는 병원에서 방금 가져온 화환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차를 멈추자 신속하게 화환들을 꽃집 안으로 내려 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들어온 꽃들은 꽃집 주인의 손을 거쳐 재활용되어 다시 장례식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심한 경우 화환의 리본만 교체한 후에 다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돌고 돌아 재탕 삼탕을 해도 유족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예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 많은 화환들도 발인이 끝난 후 인부들의 손에 의해 재활용되기 위해 실려 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장례식장 뿐만 아니라 예식장도 마찬가지인데 전문 재활용업체들 까지 생겨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용된 근조 화환의 반출을 금지해야 재활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법적 제도적 장치가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고 한다.
경건한 마음으로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보내는 근조화환 ....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장삿군의 상술에 놀아나는 근조화환 재활용의 현장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