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 좋은 소나무 연리지를 만나다.

2009. 11. 26. 17:24사진 속 세상풍경

오늘은 하루종일 날이 흐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한 날에 모처럼 친구 사무실에 들렀는데 마침 친구가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람도 쐴겸 따라 나섰다.
인근에 임야를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장에 가는 길이라며 운동삼아 산을 한 번 돌아볼 참이라는 것이었다.
사무실에 아주 가까운 곳에 있던 임야는 예전에 고성 산불 났을 때 화마를 입어 민둥산이 되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자작나무가 가득했다.
산불이 산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산을 보면서 절실하게 깨닫곤 한다.
작은 마을을 돌아 산에 오르니 멀리 바다가 한 눈에 쏙들어왔다.
날이 흐려 자세히 바다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상쾌했다.
그런데 산을 한 바퀴 돌아 산을 내려가려고 할 때 였다.
옛날 고성 산불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소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띄었다.


그 중 유난히 눈에 띈 소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마치 거북이 등딱지를 얹어 놓은 것처럼 보였는데 이상한 것은 서로 뿌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마치 한 몸인양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이 말로만 듣던 연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곳에 연리지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연리지가 뭔데?"
"연리지(枝)란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인데 예부터 상서로움을 상징하며 나무 아래서 빌면 아들을 낳는다거나 연리 나무를 외로 돌면 아들을, 바로 돌면 딸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하더군"
"아, 그래서 그 무서웠던 고성 산불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로군....정말 신기한 일일세..."


후한서()》 채옹전()에는 연리지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후한말 효심이 지극한 채옹이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다 돌아가시자 삼년간의 시묘살이를 하는데 옹의 방앞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더니 결국 가지가 서로 붙어 한몸이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옹의 효심이 지극해 부모와 자식이 한몸이 된 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이 소나무 역시 처음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뿌리가 맞닿았고 결국 한몸이 된 것으로 보여졌다.
백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며 결국 한몸이 되어버린 소나무 두 그루....


바로 밑에는 네 개의 묘가 있었는데 어쩌면 금슬 좋은 부부의 마음이 통하여 소나무 연리지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마에도 꿋굿하게 살아남아 서로 사이좋게 뿌리를 맞대고 살아가는 노송을 보며 백년해로한 노부부를 보는 듯 정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