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가구를 위해 380억을 쏟아부은 38대교

2009. 10. 5. 09:18세상 사는 이야기

추석 전날 고향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에서 점심을 먹고 부동산을 하는 친구를 찾아갔다.
많은 친구들중에 이제 딱 한 명 남은 친구라 늘 가끔 만나 술을 나누곤 하는데 사무실로 찾아가니 마침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모처럼 친구와 바람도 쐴겸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홍천에서 약 25분 거리에 있는 인제군 남면 관대리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신남을 지나고 빙어축제가 열리는 마을을 조금 지나 올라가다 보니 소양호를 가로 지르는 다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다리의 이름은 38대교라고 했다.
소양댐이 생기기전에는 다리가 있었지만 1973년 이후 고립되었던 주민들이 36년만에 놓인 다리 때문에 이제 15분이면 인제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임도와도 같은 비포장도로를 타고 돌아가거나 양구를 돌아 4~50분 우회해야만 갈 수 있어 불편함이 많았던 주민들에게는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친구에게 다리에 대한 속사정을 들으며 머리가 갸우뚱해졌다.

열악한 지방 자립도 혈세낭비?

이 다리를 세우는데 무려 380억원이라는 국세와 군비를 투입했는데 지방 자립도가 12%밖에 되지 않은 인제군이 무려 절반에 가까운 167억원을 떠맡아 군민들로 부터 혈세낭비라는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이 다리가 놓아지면서 혜택을 보는 곳은 인제군 남면 관대리라는 마을 한 곳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현재 26가구에 41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380억 공사비를 인구수에 비례해보면 주민 1인당 9억2천7백만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간 셈이라고 한다.


<이번에 새로 놓인 38대교 개통을 남겨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가보니 예전에 인제로 가던 우회도로는 200여 미터 앞으로 가자 예전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다.>

땅값이 폭등 수혜자는 누구?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었는데 이곳에 다리가 놓이기 전부터 외지인들이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는데 정보를 선점한 사람들이 하나 둘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38대교가 완성되면서 지금은 땅값이 다섯배 가량 폭등했다고 한다.

2005년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38대교가 놓인다는 정보를 접한 투자자들은 자연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곳에 땅을 사기 시작했고 5~10만원 사이에 거래되던 땅값이 현재는 30만원 이상 호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38대교를 건너 우회하면 얼마가지 않아 예전의 비포장 도로가 나온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소양호 상류를 따라 관대리로 가는 길이 나온다.
가을이 들어설 무렵의 소양호 상류의 풍경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편안함을 주었는데 오른쪽 산에는 송이 채취 때문에 모두 줄을 늘여 놓았다.
차량으로 굽이굽이 약 5분간 달려가니 호수가 끼고있는 양지바른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친구가 이야기 하던 바로 그 마을 관대리였다.




가까운 곳에 소양호가 내려다 보여 풍광이 아주 좋았는데 다리공사가 찔끔찔끔 진행되던 3년전까지만 해도 평당 10~15만원에 팔아달라던 땅이 지금은 30만원을 호가 한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땅을 돌아보는 사이에도 아직 개통이 되지 않은 38대교에는 많은 사람들이 소양호와 새로 놓인 다리를 구경을 하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는 쉼터가 조성되고 있었는데 주차장과 체육시절 그리고 정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사를 강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38대교가 처음 시작된 것이 전임 군수가 계획하고 예산을 책정한 것이고 발주한 공사를 중간에 중단 시킬 경우 수백억의 위약금을 물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시킨 현 지방자치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지방재정을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국비를 끓여들이고 어려운 군정에 타격을 입힌 전임 지역 단체장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내년이면 다시 지방자치 선거가 있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며 내뱉는 무분별한 개발공약 때문에 그렇지않아도 열악한 지방 자치단체 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이 새어나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