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집에서 건네준 알약 두 개 알고 보니....

2009. 9. 28. 07:56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번 여수 팸투어 갔을 때의 일이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하루 전날 미리 간 나는 미리 이곳 저곳 둘러보고 저녁 무렵에는 예정에도 없던 술자리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1박을 하고 어제 처음 인사를 나눈 분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해장국집에 들렀다.
그 곳은 숙박업소가 밀집한 곳에 위치한 식당이었는데 지붕에 온통 항아리 조각으로 모양을 낸 집이었다.
밖에는 화초로 자연스럽게 만든 쉼터가 있었고 식당 내부도 황토로 발라 제법 운치가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다가 동태해장국을 시키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물과 함께 접시 하나를 내려 놓는다.
단숨에 시원하게 물 한 잔을 들이키고 컵을 내려 놓는데 접시에 놓여있는 알약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뭘까?"
함께 간 일행도 처음 보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순간 내 머리 속에 위장약이 떠올랐다.
'예전에 TV에서 한창 선전을 하던 '탈시드'라는 위장약과 너무도 똑같아 보였다.
'아, 이집이 해장국집이니까 손님들을 위해서 위장약을 서비스로 내놓는가 보구나...'

잠시 후 밑반찬을 갖고 온 주인 아주머니에게 짐짓 물어 보았다.

'이건 술꾼을 위해서 위장약 각각 한 알씩 준 것인가요?"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가 내 말을 농담으로 여긴듯 웃으며 "예..."하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뭔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에 앉아있던 분이 알약을 입에 넣었다.
그리곤 잠시 후
"으...아무 맛도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데요?.."
하며 알약을 도로 뱉었다.
카운터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아니, 정말 위장약인줄 알고 드신 거예요?"         

하면서 내어준 알약에 물을 부었다.
<오른쪽 사진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압축행주의 모습>

                                                                        

그러자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알약......
"이게 바로 요술행주잖아요......손님들 손을 닦으라는 압축행주를 모르세요?"
마치 알고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듯 정색을 하며 웃는 아주머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이런 것을 주는 곳이 없어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부풀어 오르기 전의 압축행주의 모습과 부풀어 오른 후의 압축행주의 모습이 확실하게 대비된다.
알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모르니 별 상상을 다하게 된다.
술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위장약을 생각했던 나.....


웃지 못할 에피소드 덕분에 음식이 나오는 지루함을 덜을 수 있었는데 잠시 후에 나온 동태해장국 맛은 정말 얼큰하고 맛이 좋았다.

그때 기념으로 가져온 압축행주가 아직도 컴퓨터 앞에 놓여 있는데 그것을 볼 때 마다 웃지못할 그때의 촌극이 새록새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