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야 뱀이야 징그러운 콩 갓끈 동부

2009. 8. 20. 06:55사진 속 세상풍경

일전에 아파트에 살다가 도시 근교로 이사간 아주머니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도시에 살 때는 느끼지 못하는 여유가 넘쳤는데 얼굴은 검게 타고 남루했지만 아파트에 살 때 보다 마음이 편하고 공기 맑은 곳에 사니 너무 좋다고 하셨다.
주변에는 영랑호수가 있고 집뒤에는 노송들이 늘어져 있어 이곳에 와 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그 풍경에 넋을 놓곤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사람 손님으로 만나게 되었지만 지금은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면 서로 왕래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데 요즘은 날씨가 궂을 때면 감자적이며 만두를 해놓고 초대하곤 한다.
지난번에 이사한 후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그곳에 가본 나는 도시에서 채 5분도 벗어나지 않은 곳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풍광도 풍광이려니와 처음보는 신기한 농작물들이 많아서 또 한번 놀랐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은 차가 올라갈 수 없는 오솔길이었지만 오를 때 길옆에 있는 야생초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사람이 교차할 수 없는 좁은 길을 따라 100여미터 올라가니 집 좌우로 많은 농작물이 눈에 띘다.
밭이 약 500여평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야콘, 감, 오이, 고추,더덕,등 많은 농작물들이 입을 벌어지게 했다.
맨처음 눈에 띈 것은 탱글탱글한 포도.......이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농약을 치지 않아 바로 따 먹어도 괜찮다고 했다.


빠알갛게 잘 익은 홍자두.. 바로 따서 옷에 쓱쓱 문질러서 먹으니 정말 맛이 꿀맛 같다. 올해도 지난해 처럼 많이 달렸다며 좋아하는 아주머니.....이것들은 팔지 않고 그동안 도와준 분들에게 모두 선물을 하신다고 한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콩이었다. 처음 보고 콩이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70cm가 넘는 긴 모양과 구부러진 모습의 콩을 보고 적지 않이 놀랐다.


커다란 지렁이 같기도 한고 또 뱀처럼 또아리를 틀은 듯한 모습에 아내가 징그럽다며 몸을 사렸다. 아주머니 말로는 이콩의 이름이 갓끈 동부란다. 여린 콩은 껍질째 먹어도 괜찮다며 뚝 잘라서 씹어 먹는 아주머니...


갓끈 동부(aspalagus bean)는 장미목 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길이가 2~4m 까지 자라고 6~7월에 노란색에서 자주색꽃이 핀다고 한다. 꼬투리 모양이 갓끈처럼 생겼다고 해서 생긴이름이라고 한다. 


성장 환경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지곤 하는데 장애물에 따라 휘거나 꼬이는데 지렁이나 뱀처럼 휜 모습이 많다고 한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데 철사에 꼬인채로 그대로 자란 갓끈 동부의 모습.....
눈으로 봐서는 자연스럽게 큰 콩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옅은 노란색을 띈 갓끈 동부의 꽃......자주색 꽃이 피기도 한다고 한다.


토양에 따라서 30cm에서 1m까지 자란다고 하는데 꼬투리째 튀김을 해서 먹기도 하고 조림이나 볶음 또는 삶아서 마요네즈와 함께 사라다를 해먹어도 좋다고 한다.
고소한 맛과 당도는 일반 콩보다 떨어지지만 영양가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 보았을 때 생긴 모습에 놀랐지만 작은 공간이나 담벼락에 키우면 관상용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