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듯한 매미의 변태 흔적들

2009. 8. 19. 00:22사진 속 세상풍경

지난주 고향에 다녀왔다.
요즘 고향에 갈 때 마다 곤욕스러운 것이 있다.
바로 피서 차량들로 인하 차량의 지정체가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도로확포장 공사로 엉망인 용대리를 빠져 나갈 때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곤 한다.
그동안 저온현상으로 동해안은 피서 특수나 농작물 작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는데 고향인 영서지방은 폭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고 농작물의 작황도 좋다고 한다.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기온차가 심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살면서 올해처럼 극명한 것도 처음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고향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일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1년에 한 번 치는 논에 농약 살포하기를 마치고 빨갛게 익은 고추까지 따고 집으로 내려오니 벌써 12시가 훌쩍 넘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 수돗가에서 손발을 씻고 문으로 들어가려다 이상한 벌레를 보고 흠칫 놀랐다..
현관문 옆에 달라붙어 있는 이것은 무얼까?  


멀리서 처음 보았을 때 살아있는 커다란 귀뚜라미나 파리매인줄 알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보니 매미였다. 마치 박제를 해놓은 듯 꼼짝하지 않는 매미...


변태 후 매미는 등쪽의 갈라진 곳으로 나와 사라지고 껍질만 벽에 붙어 있었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한철 울기 위해 태어난다는 매미....
매미가 빠져나간 후지만 남아있는 모습은 매미와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
색이 다르고 등에 날개가 달리지 않았을 뿐.......


마치 굼벵이와 매미의 모습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모습...
집 마당을 이곳 저곳 둘러보니 매미가 변태를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중학교 졸업할 때 은사님이 선물해주신 32년된 은행나무 잎에도.......


29년전 새마을 주택을 짓고 처음 이사를 와서 심었던 사철나무 잎에도.....


무궁화의 고장이라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무궁화 잎에도 변태한 매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마당의 정원을 꾸민다고 심어놓은 철쭉 잎새 아래에도 매미가 허물벗은 흔적이 그대로 남이있다.


매미는 암수중 숫놈만 울고 암놈은 울지를 않는다고 한다.
8월 중 암수가 교미를 하고 9월에 암놈이 나무가지 목질부 안에 알을 낳게 된다고 한다.
알이 부화가 되면 애벌레는 나무에서 흙속으로 내려와 3~7년 동안 5번 우화(허물벗기)를 한다고 한다.


흙속에서 애벌레로 있을 때에도 두더지나 지네등 수많은 적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살아남은 애벌레가 다시 세상밖으로 나와 나무 줄기나 가지나 잎뒷면 같은 곳에 앞발의 발톱으로 단단하게 매달린다


등쪽 허물이 갈라진 곳으로 나온 매미는 2~3시간 후에야 비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날개가 완전히 굳을 때 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앵두나무 잎에 변태한 매미의 흔적.......이곳은 앵두나무 잎 하나에 두 마리가 나란히 붙어있다.

고작 1~2주의 세상 나들이를 위해 오랜 세월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매미들.... 


매미가 쉬지 않고 울다 가는 이유가 짧은 삶에 대한 탄식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절규가 아닐까?
요즘 참매미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중국 매미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고향에서 중국 매미를 보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고향에서 만큼은 변함없이 토종 매미를 볼 수 있었으면.......
그것이 너무 과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