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로 입원한 아버지가 통마늘을 찾은 이유

2009. 8. 12. 01:21세상 사는 이야기

벌써 고향을 떠난지 15년이 넘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고향이 그리워지고 그때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어제는 아는 사람이 상한 음식을 잘못 먹고 병원에 입원해서 문병을 다녀왔다. 문병을 가서 상한 음식을 먹고 누워있는 환자를 보니 문득 이곳에 이사오기 전 고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88서울 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결혼을 하고 첫애를 낳았을 무렵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과 산림가꾸기 사업을 다니시곤 했는데 일을 하다 운좋게도 작은 산삼 네 뿌리를 캔적이 있었다. 
함께 일하러 간 사람들이 팔면 돈이 된다는 말을 하셨지만 모두 손주들을 위해서 내놓으셨다.
그런데 산삼을 달여 먹은 아들이 갑자기 귀가 퉁퉁 부어 올랐다.
놀라 바로 옆 약재상에 달려 가니 아이에 비해 너무 큰 산삼을 먹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삼의 크기는 외형이 아니라 귀두의 주름을 보고 나이를 판단하는 것인데 아들이 먹은 것이 가장 나이가 든 산삼이었다는 것이었다.
하루나 이틀 지나면 저절로 붓기가 가라않을 것이라는 약재상의 말처럼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붓기가 쏙 빠졌다.
그때 먹은 산삼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제껏 병치레 한 번 한적이 없다.
그리고 몇 달 후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병원으로 달려가니 아버지가 꼼짝도 못하고 누워 계셨다.
어머니께 이유를 물었더니 토사라고 했다.
토라란 '토사곽란'을 줄여서 하는 말인데 한의학에서 위로 토하고 아래로 설사를 하면서 배가 심하게 아픈 병을 이르는 말한다..
"아,,,,,그 무서운 토사....'
어릴 적 어머니가 동네에서 잡은 돼지 내장으로 만든 곱창을 내게 가져다 주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익지 않은데다 내장을 잘 씻지 않은 것을 먹다 토사에 걸려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었다.
온몸에 힘이 쪽 빠지고 식은 땀과 함께 설사가 나와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걸리신 토사도 바로 제대로 익지않은 돼지 내장을 먹고 생긴 병이었다.
일을 마치고 책임자가 돼지 한 마리를 내놓았는데 그것을 구워 먹다가 설익은 내장을 드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꼼짝도 못하는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 내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는 또 그런 일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으신 듯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병원에서 맞은 주사와 약을 맞았는데도 별 차도가 없자 아버지가 나를 찾으신다는 전화가 왔다.

Dried ga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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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 병원으로 달려가니 링거를 맞고 계신 아버지가 내게 통마늘을 구해오라 하셨다.

"갑자기 마늘은 왜요...아버지..."
"그냥 빨리 구해와....아무래도 토사가 너무 심한 것 같은데 병원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
하루사이 몰라보게 수척해진 아버지를 뒤로 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새벽 두 시에 통마늘을 어디에서 구하지...'
아버지가 사시는 시골은 너무 멀어 급한대로 시내를 돌며 구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포장마차 몇군데를 제외하곤 문을 연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저곳 다니다 어느덧 집근처 까지 오게 되었다.
당시 내가 운영하던 가게 옆이 바로 식당이었는데 칼국수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늘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곤 했다.
혹시나 하고 몰래 식당 뒷마당으로 들어가 보았다. 당시 뒷마당은 문 하나를 두고 함께 쓰고 있던 터라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살금살금 식당을 두리번 거리다 식당 뒷쪽 마루 위에 매달린 통마늘을 발견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통마늘 열 개를 뽑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환한 곳에서 본 마늘은 생각보다 컸고 캔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싱싱해 보였다.
"그 마늘을 까서 나를 줘..."
"예?....이 통마늘을 그대로 드실려구요?"
"민간요법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까줘...."
그리곤 부랴부랴 깐 통마늘을 입에 넣고 마구 씹어 드시기 시작했다.
옆에만 있어도 마늘의 아린 맛과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꾸역꾸역 마늘을 씹어 드시기 시작한 후 5분이 채 않되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아버지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비닐이 씌워진 휴지통을 급하게 입에 대고 토하기 시작했는데 병실이 떠나갈 듯 새벽에 울리던 아버지의 구토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다.
그런데 잠시 후 시뻘건 고기 덩어리 같은 것을 토해내셨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가 드셨던 덜익은 돼지고기 내장이었다.
아버지 말로는 그것이 토사를 일으킨 주범이었는데 위벽에 달라붙어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했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구토를 하고 난 후 하루만에 퇴원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마늘이 위를 자극해 남아있는 음식물을 몸밖으로 배출하게 했던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어찌 되었든 새벽 마늘을 구해간 까닭에 아버지는 토사의 고통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도 팔순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토사에는 마늘이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