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오빠밴드에 열광하는 이유

2009. 8. 19. 13:56연예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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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종일 가게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10평 조금 안되는 의류점에서 손님들과 씨름을 하거나 손님이 없을 경우에는 책을 읽곤 합니다.아내에게 TV는 남자가 담배를 끊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10년 넘은 낡은 TV가 고장나자 고치기를 포기하고 책과 가까이 하게 되었습니다.지금도 가게에는 고장난 TV가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아내가 스스로의 의지를 시험해 보기 위해 그대로 놓아두는 듯합니다. 
물론 가게에서 집에 돌아온 밤 9시 이후 리모콘 독점권은 아내에게 있습니다. 
아내가 즐겨보는 드라마는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과 주말드라마 '천추태후'그리고 뉴스 뿐입니다.
하루종일 가게에서 보내느라 듣지 못한 소식을 접하기 위해 뉴스를 열심히 봅니다. 
예전부터 사극 매니아였던 아내는 이미 끝난 해신,대조영, 세종대왕, 주몽, 바람의 나라도 빠짐없이 보곤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요즘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나오는 '오빠밴드'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성격이 단순명료합니다....좋아하거나 싫거나 ....그런 아내가 오빠밴드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오빠뺀드 멤버들에게는 큰 응원군이나 다름없습니다.
동네 사랑방인 아내의 가게에는 늘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데 그 수다의 전파력이 대단하기 때문이죠...ㅎㅎ...


추억을 자극하는 70~80 노래

두달전이었던 것 같습니다.모처럼 쉬던 일요일 오후 처음으로 보게된 오빠밴드....마침 나오던 노래가 '나 어떡해'였는데 이 노래는 70~80세대에게는 누구에게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노래인데 이곡을 들으면서 어깨를 들썩 거리는 아내....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추억의 샌드패블즈를 다시 보는 듯 급호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또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는 모두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의 노래중 하나입니다.
결혼하기 전 아내와 내가 자주 들리던 음악다방 맥심에는 늘 긴 머리의 DJ가 앉아 있었고 신청곡이 수북히 쌓여있곤 했지요.
커피를 시키기 전에 먼저 신청곡 부터 써야 커피를 마시기 전에 그 신청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나는 이필원의 "추억"이라는 노래와 사월과 오월의 "화"라는 노래 그리고 장현의 "석양"을 무척 좋아했었고 아내는 사월과 오월의 '장미"를 유독 좋아했습니다.
오빠밴드가 불렀던 대학가요제 노래나 그룹사운드 노래는 아마 당시 학생들 누구나 좋아하던 노래였습니다.
서인영이 불렀던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아내와 내가 결혼하던 해 나왔던 노래로 무척이나 좋아하던  노래로 지금도 노래방에서 가장 자주 부르는 18번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매주 자신이 좋아하는 추억의 노래가 흘러나오니 자연스럽게 오빠밴드에 빠져들게 되었죠.


신구 조화를 이룬 아마추어 밴드의 열정

밴드의 면면을 살펴보면 20대 이성민과 김정모 그리고 서인영 부터 3~40대 신동엽 김구라 탁재훈 유영석 까지 참 다양합니다. 
외관상으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멤버들이 모여 조금씩 화음을 맞춰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좋다고 합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지만 그중 서인영과 김구라는 가장 극과 극인 멤버인데 같이 팀을 이룬 것이 의외라는 아내....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오빠밴드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고 불협화음 속에서도 서로를 챙겨주려는 인간적인 마음도 엿보여 좋다고 합니다.
서툰 밴드지만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고 하는 마음.....그곳이 병원이든 시골이든 오빠밴드를 원하는 곳이라면 달려가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가 너무나 좋다고 합다.
일전에 기자 간담회에서 모 기자가 오빠밴드가 오래 보면 빠져드는 밴드가 아니라 '오짜밴드'라는 혹평을 하자 화를 벌컥 내며 내게 이러더군요...
" 저 기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같아..."
"생긴지 얼마되지 않고 함께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아닌데 화음이 완벽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아닌가?"
"열심히 노력하는데 용기는 주지 못할망정 찬물을 확 끼얹어 버리네....."

전체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외 사소한 것은 과감하게 덮어버리는 아내의 성격처럼 오빠밴드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 아주 관대해 보였습니다.
일밤 버라이어티였던 '대단한 희망'이 실패하고 '퀴즈프린스'를 하다가 궁여지책으로 얼떨결에 만들었다는 것과  밴드가 정체성이 없어 갈팡질팡하는 것도 오빠밴드가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더군요.
앞으로 스타의 콘서트장을 찾는 것보다는 소외된 이웃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밴드.....완벽한 프로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털털한 아마추어 밴드로 오래오래 사랑 받았음 좋겠다는 아내....
오빠밴드 덕분에 요즘 아내와 나는 추억의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고 그리운 옛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즐겁습니다.
아내가 유독 좋아하는 오빠밴드가 정말 오래 볼수록 빠져드는 밴드로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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