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30. 11:54ㆍ세상 사는 이야기
늘 친절한 댓글과 함께 블로그를 자주 방문해 주시는 선아님으로 부터 갑자기 편견타파 릴레이 바통터치를 이어 받았다. 경황없이 바통을 이어받고 보니 마치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처럼 앞이 막막하다. 고심끝에 가족간에 편견 중에 결혼 후 아내에게 갖고 있던 편견 하나를 꺼내보려고 한다.
아내와 나는 대학 다니던 때에 만났다. 유독 애인이 아닌 친구임을 강조하던 아내는 평소 여행을 좋아했는데 주말이나 휴가 때면 늘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때 나는 아르바이트 하느라 함께 여행을 다니지는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다.지금도 아내의 사진첩에는 당시의 여행사진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그때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50대 아줌마가 되었다.
처녀 때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던 아내는 결혼식 후 떠났던 신혼여행 말고는 함께 여행을 간 기억이 없다.
결혼 초에는 처음 시작한 사업에 몸이 매여 꼼짝을 할 수 없었고 두 살 터울의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더 시간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이 되었고 그해 여름방학 때 아내는 아이들에게 견문을 넓혀주어야 한다며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라며 돈을 건넸다. 자신은 결혼 전에 여행을 많이 다녀서 여행가는 것이 지겹다며 가게 문을 열고 있을테니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참 그때는 어리석게도 아내의 그말을 믿었고 함께 가지 않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다음해도 또 그 다음해도 아이들과 함께 아내 없는 여행을 떠났다.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아이들도 정말 엄마가 여행을 싫어한다고 생각했고 나도 아내가 여행을 정말 싫어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아내의 속내는 그것이 아니었다.
나 몰래 적금을 붓고 있던 아내는 6박 7일 떠나는 가족과의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당시 아동복가게를 하던 아내는 하루종일 장사해도 적금 부을 돈이 빠듯해 도저히 가게를 비울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당시 내가 그 사실을 알면 괜스레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아내가 선수를 친 것이었는데 어리석은 나는 아내가 정말 여행을 싫어한다고 믿었고 이후 다른 모임에서 여행을 갈 때도 나는 아이들과 셋이 다녀 주변 사람들은 내게 홀아비냐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훌쩍 자라 하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또 하나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그토록 여행을 싫어한다던 아내가 지난해 여름 불쑥 가을에 금강산 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과 여행계를 한 것이 있는데 올해 금강산 여행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여행을 싫어한다더니....왜 갑자기...."
내 말이 끝나자 피식 웃으며 아내가 하는 말이 가슴을 쿡 찔렀다....
"그때는 생활에 쪼들리고 당신 몰래 들었던 아이들 적금 때문에 어쩔 수 없어 그랬던 거지 정말 여행을 가는 것이 싫었겠어?"
아내의 진짜 속마음도 모르는 바보 남편........
"으~응,정말 잘 되었네....이번에는 금강산에 갖다 오고 다음에는 외국여행도 가면 되겠네....."
얼버무리는 내 말끝의 의도를 안다는 듯
"다음에 가는 여행계는 부부가 함께 외국으로 갈 거니까 지금은 너무 부러워 하지 마....."
문학한다고 세월 보내고 어렵게 차린 학원은 경매로 넘어가는등 하는 사업마다 지지부진해도 늘 말없이 기다려주던 아내..그런데 결혼 후 난생 처음 떠나는 여행에 부풀어 있는 아내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꿈에 부풀어 있던 아내의 여행이 물거품이 된 것이었다.
지금도 여행을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 할 때 마다 아내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겉으로 내뱉는 말이 진심인양 믿었던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었다면 20년간 여행을 가지 못한 아내의 마음 속 응어리를 미리 풀어줄 수 있었을텐데.......
나와 같은 단무지 남편 때문에 가족간의 편견이 생기고 또 이웃간에 더 크게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편견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그것이 편견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1. 라라윈님 : 편견타파 릴레이
2. 해피아름드리님 : 편견을 버리세요~ 편견타파 릴레이
3. 검도쉐프님 : [편견타파 릴레이] 편견을 버리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4. 악랄가츠님 : [편견타파릴레이]저는 평법한 사람입니다.
5. Sun'A님 : 집에 있으면 노는 줄 안다? - 편견타파 릴레이
다음 릴레이 주자는 ?
가장 고민스런 일이 바로 다음 릴에이를 누구에게 부탁할까 하는 점입니다. 사실 일면식도 없고 블로그를 통해서만 소통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일방적인 강요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2.Boramirang님: "내가 꿈꾸는 그곳"이라는 블로그 운영하고 계시는 Boramirang님은 블로그를 방문할 때 마다 왠지모를 중압감에 압도 당하곤 합니다....편견에 대한 멋진 글 기대해도 될런지요?
3.bacon님: "bacon의 여행 일기장"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는 베이컨님은 세계 도처를 여행하면서 느낀 일상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주시는 블로거입니다. 아마도 여행중에 갖게 되는 편견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계단의 상습 흡연자 알고 보니 중학생 (15) | 2009.07.06 |
---|---|
만원 지폐 속에 소멸된 한글이 숨어있었네..... (42) | 2009.07.06 |
5만원권 부분노출은선 정말 안전할까? (9) | 2009.06.30 |
국도변 숲에 가려진 양심 불량 쓰레기들 (24) | 2009.06.26 |
아들에게 헌혈하게된 이유를 물었더니..... (12) | 2009.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