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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헌혈하게된 이유를 물었더니.....

2009. 6. 25. 12:12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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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들에게 온 택배를 방에 갖다 놓다 책상 위에 놓여진 헌혈증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상 유리 아래에 놓여진 헌혈증서는 아들의 이름이 또렷하게 써 있었습니다. 또 그 옆에는 대한적십자 혈액원에서 온 엽서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동안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아들과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고 더구나 평소에 말이 별로 없는 아이라 속내를 들여다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근 2년동안 가족이 함께 식사한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7시면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등교를 하고나면 아내 혼자 늦은 아침 식사를 합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나 그리고 독서실에서 밤늦게 들어오는 아들......서로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바쁘게 살기 때문에 아들과 살가운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유일하게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아들 등교시간 차량에서 15분가량 나누는 것이 전부인데 그때도 일방적으로 내가 묻는 것에만 짧게 대답할 뿐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학기말 시험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독서실에서 새벽 한 시에 들어와 얼굴 보기 더 힘들어졌습니다.
며칠 후 아들과 등교를 하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 언제 헌혈했니?"
"예, 학교에서 5월달에 했어요..."
"학생들 모두?"
"아니요 각반마다 원하는 학생만 했는데 우리반에서는 약 10여명 정도 헌혈을 했어요..."
"처음하는 것이라 두렵지 않든?"
"처음에는 약간 두려웠는데 눈 딱 감고 했더니 주사기 들어갈 때 잠시 따끔하더니 괜찮던데요..."
"헌혈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니?"
"그런거 없어요, 그냥 예전에 뉴스에서 볼  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학교에서 한다기에 했을 뿐이예요..."
거창한 말을 기대했던 내게 무뚝뚝한 말 한 마디로 뚝 잘라버리는 멋대가리 없는 녀석이지만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병원입구만 들어서면 주사 안맞는다고 대성통곡하며 발버둥쳐 간호사가 곤욕을 치르곤 했는데 어느새 커서 스스로 헌혈을 하다니....


"헌혈을 하고나니 기분이 어떻든...."
"생각보다 개운하던데요....사실 헌혈한 친구들 중에 마지못해 한 친구들도 있어요..벌점 받은 것을 만회하려고요..."
"벌점이라니?"
"학교에서 정해놓은 벌점규정이 있잖아요....지난해 보다 강화된 규정 때문에 아이들이 적발되는 건수도 많고 벌점이 아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헌혈을 한 친구들도 있다고 해요..."
"지난해 두발규정에 걸리면 벌점 1점이었고 머리 염색을 하면 벌점이 2점이었는데 올해부터는 두발이 4점 염색이 5점으로 강화되었고 다른 항목들도 벌점이 강화되어 누적된 학생들이 많아요...."
"너는 벌점이 없니?"
"두발단속에 걸려 벌점이 4점이었는데 이번에 헌혈을 해서 상점 4점을 받았으니 제로가 되었을 거예요...."
"헌혈을 하면 점수를 준다고?"
"예, 벌점규정에 반대되는 상점 규정이 있는데 헌혈을 하면 4점을 준대요....또 학교행사에 봉사하면 4점 시대회 나가서 상을 받으면 5점 도대회 이상은 7점을 준대요...."
"만약 벌점이 25점 이상 누적된 학생은 정신교육,반성문,학교내 봉사를 하는 "바른교실"을 이수해야 하는데 시간당 2점씩 차감해 주는 제도예요..."
"아들,,너도 혹시 상점 때문에 헌혈한 것은 아니냐?"
"그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고요....내 의지대로 한 것이니까 의심하지 마세요..."
퉁명스럽게 내뱉으며 차에서 내리는 아들......학교에서의 상벌규칙이 많다는 것과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봉사 동아리를 2년 있다보니 봉사점수를 따기 위해서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고 부모가 원해서 들어온 학생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아들은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하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 늘 아내와 다투곤 합니다. 1학년 때 부터 학급 총무와 봉사 동아리 총무를 맡고 있는데 아내는 공부에 지장이 많다며 하지 말라고 해도 아들의 고집을 꺽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달리 나는 아들이 대견합니다.고등학교를 꼴찌로 들어간 녀석이 학원도 안다니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다하며 성적도 조금씩 오르니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아내는 전교에서 200등 밖인 아들이 빨리 100등 안에 올리야 지방의 4년제 대학이라도 갈 수 있다며 애가 닳았는데 아들은 꼴찌에서 150명 추월한 공은 인정안해주고 늘 엄마의 기준에 미흡하다며 학원을 다닐 것을 채근하는 것이 늘 못마땅하다고 합니다.
아들의 고집인지 의지인지 알 수가 없다며 늘 불안해 하는 아내.....사실 나는 아들보다 아내의 조급증이 더 걱정입니다.
80kg이 더 나가던 체중을 1년만에 15kg 줄인 것도 대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은 다하면서도 학원도 성적이 조금씩 오르는 것도 대견하고 또 큰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자신의 의지대로 헌혈을 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아마도 아내는 수많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며 교육에 대한 기대치만 높아져 아들이 늘 못마땅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방목형 교육을 고집하는 나와 관리형 교육을 고집하는 아내....아내는 내게 방목형이 아니라 방임형이라고 하고 나는 아내에게 아이의 인생이 아닌 아내의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곤 하는데.....글쎄요...뭐가 과연 뭐가 맞는 말인지 헷갈리네요....방목형인지 방임형인지.....관리형인지 대리만족인지 아니면 아들의 똥고집인지 자기 의지인지......
아들의 헌혈증 하나로 시작된 이야기에 사족이 길어졌네요.....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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