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박지성의 동점골은 골든골

2009. 6. 18. 10:44스포츠 인사이드


2009년 6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이미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열띤 경합 끝에 이란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실날같은 희망을 이어가려는 이란의 초반 공세에 밀려 특유의 패싱플레이가 차단되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다 결국 후반 5분 개인기와 스피드를 이용해 한국 수비를 괴롭히던 쇼자에이에게 헤딩골을 허용하며 1-0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한 골을 넣은 이란은 의도적인 시간끌기로 한국의 맥을 끊었고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거나 번번히 이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힐 때 마다 TV를 보는 시청자나 상암벌에 모인 4만여명의 관중들 모두 답답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수비를 탄탄히 하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 골을 지키며 승점 3점을 챙기려는 이란의 끈질긴 수비에 한국팀의 공격수 이청용과 이근호 그리고 박주영은 많은 찬스를 잡았으나 이란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이런 상황은 후반 30분이 넘어서며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첫 패배를 할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이미지출처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스포탈코리아>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맥을 살린 것은 역시 주장 박지성이었다.교통체증에 밀린 차량처럼 꽉 막힌 듯한 답답함으로 상암벌의 함성소리도 잦아들던 후반 36분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을 이어가다 이근호의 어시스트를 받은 박지성은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며 그림같은 왼발 슛으로 시원스러운 골을 터뜨렸다. 그동안 보아왔던 박지성의 골중에서 가장 스피드하고 정확성이 뛰어난 골이었고 아울러 80분동안 꽉 막혔던 체증을 한순간에 뻥 뚫어주는 골이었다. 이란의 골키퍼가 각도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왼발 슛으로 이란의 골망을 흔들고 멋진 골세레머니를 펼치는 박지성의 모습에 경기장 분위기는 일시에 한국 분위기로 돌아섰다.조원희가 투입되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은 한국은 이후 조급한 이란의 공격을 쉴사이 없이 몰아부쳤으나 결국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예선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지난 이란 원정에서도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던 박지성은 이번에도 팀을 구해 한국팀의 구세주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박지성의 이란전 동점골은 결국 북한과 사우디 전에도 영향을 주었고 월드컵 본선행에 대한 열망을 안은 북한에게 44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또 사상 처음으로 남북이 동시에 월드컵에 참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박지성의 동점골은 한국팀에게도 의미있는 골이다. 20년만의 무패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값진 의미와 자칫 마지막 경기 패배로 가라앉는 팀분위기를 상승기조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박지성의 동점골은 단순한 동점골이 아닌 북한에게는 극적으로 본선행에 오르게 만든 골이었고 무패행진을 이어가게 만든 값진 골든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