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 퇴색시킨 대통령배 고교야구 오심

2009. 5. 2. 22:20스포츠 인사이드

오늘은 석가탄신일이었다. 어제 경기도의 모병원에 입원한 아들을 문병하고 밤새도록 서울에서 일을 보고 새벽에 내려온 시간이 8시였다. 주말이었지만 녹초가 된 몸을 추스리기 위해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일어난 시각이 1시였다.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TV를 틀었는데 마침 제 43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 덕수고와 대구 상원고와의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해 우승팀 덕수고의 낙승이 예상된 가운데 벌어진 오늘 경기는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덕수고의 초반 기세에 눌린 상원고는 선발 서영국이 채 1이닝을 넘기지 못하며 6실점을 내주는 등 2회초에 9점차로 벌어져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나는 듯했다.하지만 난조를 보인 서영국 대신 박화랑이 안정감있는 투구를 펼치면서 상원은 2회와 3회 각각 3점과 1점을 만회해 4-10으로 쫓아간 뒤 7회말 타자 9명이 안타 4개와 볼넷 2개 등으로 대거 5점을 뽑아 9-10까지 추격했다.근래에 보기 드문 타격전으로 박빙의 승부를 펼친 오늘 경기는 1980년대 고교야구의 열기를 그대로 보는 듯 흥미로웠다. 고등학교 시절 선린상고 박노준과 김건우에 열광하던 그때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 오늘의 경기는 명승부를 펼친 승자의 포효와 패자의 눈물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미지 출처: 일간 스포츠>

하지만 오늘 경기는 마지막 9회말 결정적인 심판의 오심과 물병을 투척한 학부형들로 인해 그 감동이 반감되었다.
9회말 상원고의 마지막 공격에서 첫타자로 나선 김대환이 우전 안타로 출루한 뒤 보내기 번트로 2루까지 진루해 1사2루의 천금같은 동점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3번타자 김민수의 우익수 깊숙한 플라이로 아웃되었을 때 김대환이 3루로 뛰다 덕수고 우익수의 정확한 송구에 터치 아웃되면서 분루를 삼켰다.
문제는 2루에 있던 김대환이 3루로 달려가 헤드슬라이딩을 했고 타이밍상 세이프로 보였지만 3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3루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고 시야가 가린 것도 아닌데 아웃을 선언했다. 순간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고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TV에 주자의 손이 3루 베이스에 닿고 난 후 태그가 되는 장면이 몇번이고 방송에서 리플레이 되었고 중계방송을 하던 개스터 역시 세이프라고 말했다.결과에 승복하는 것 역시 스포츠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하지만 오늘 결승전에서의 심판의 오심은 명승부를 펼친 양교 학생들의 열정과 투지를 한순간에 찝찝한 상황으로 종료시킨 것 같아 두고두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