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산의 냉장고 누가 버렸을까?

2009. 5. 1. 09:26사진 속 세상풍경

일전에 갑자기 일이 생겨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그런데 마침 오전에 볼 일이 모두 끝나 여유있게 고향에서 하룻밤을 자고 떠나기로 하고 길을 떠났다. 봄색이 완연한 산과 들에는 푸른 잎들과 꽃들이 만개했는데 그런 풍경을 그냥 스쳐 지나가기 아쉬워 이곳저곳 둘러보며 가던 길에 백담사를 지나 선녀마을에서 설악산수 바로 가기전의 비포장 도로로 들어섰다. 이곳은 예전부터 한 번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늘 바쁘다보니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지금 이곳은 한계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늘 부산한 곳이었다. 그런데 길을 접어든지 10분만에 금새 후회가 되었다. 비포장도로가 얼마나 험한지 차를 돌릴 곳도 없는 군사도로였다. 사륜구동 차량만이 다닐 수 있는 곳인데 승합차를 몰고 왔으니 고생문이 훤하게 열렸다.
할 수 없이 차량을 끌고 한 고개를 넘으니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내려가다 보니 산 아래 외딴집이 한 채 보였다. 마당에는 온갖 벌통들이 가득했다. 아마도 꿀을 채취하기 위해 이곳에 사는 사람 같았다. 또 한 굽이를 돌아가니 또 집이 한 채 보이고 다시 가파른 길이 나타났다. 길이 험해 정작 풍경을 즐기려던 애당초의 마음은 저만치 달아나고 그저 빨리 길을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곳이 명당산이었다. 해발 764.8m인 이곳은 군인들의 훈련장소인 듯 산으로 오롯한 길이 나있었다.
정상에서 한숨을 돌리려고 차에서 내렸는데 첫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냉장고였다.
아니 이런 깊은 산속에 누가 냉장고를 버렸을까?


험준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2~30분 정도 들어와야 닿을 수 있는 깊은 산중에 누가 냉장고를 버렸을까?....이곳에 냉장고를 쓰려고 가져온 것은 분명 아닐텐데....아마도 누군가 일부러 이곳에 버린 듯했다.


사실 이런 경우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산과 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광경을 볼 때 마다 이렇게 먼곳까지 와서 버릴 정도의 차량 기름값이면 그냥 집근처에 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의 사진 속 비데는 예전에 숲속의 전시회를 보거 가는 길에 버려진 것이었는데 임도를 따라 차를 몰고 가며 집어 던진 듯했다.


이것은 며칠전 아들 등교길로 가는 지하도에 누군가 몰래 내려놓고 간 모니터다. 이곳은 양쪽으로 산이 있고 도로 보다 한참 낮은 한적한 곳이라 쓰레기를 자주 버리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농로길 끝자락에 누군가 살짝 올려놓고 가 버린 프린터기......버려진 가전제품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보기 흉한 것도 문제려니와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는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일전에 논에서 일하던 사람이 깨진 커피 포트에 장화가 찢기며 발바닥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눈쌀을 찌뿌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