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보이스피싱 피해 끊이지 않는 이유는?

2009. 4. 3. 01:25편리한 생활정보

요즘 시골 어디를 가나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는 현수막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을 상대로 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지방의 각 경찰서나 관공서에서는 피해가 입지 않도록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피해자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 이번에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학비를 날린 학생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류씨는 이날 오후 3시께 집에서 혼자 있다가 우체국 직원을 사칭하는 전화금융사기단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류씨는 "개인정보가 노출돼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피해를 막기 위해 빨리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2학기 등록금을 준비하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649만4천원을 잃어버릴까 불안해진 류씨는 집 근처 은행에서 자신의 계좌에 들어 있던 전액을 전화금융사기단이 알려준 계좌로 이체시킨 후 뒤늦게 속은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미 돈은 빠져 나간 뒤였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류씨는 이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부모와 친구에게 '바보같이 사기를 당했다.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3월 31일 자신이 살고 있던 15층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고 한다.

이번 일은 늘 예고되었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까운 주변에도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고 지금도 하루에 많게는 3통까지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보이스피싱에 대해 정부는 무엇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 조심하라는 말과 개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로 치부하게에는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신고는 모두 7만 7177건으로 피해액은 22억여원(월평균 1.8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중 우체국 택배를 가장한 사칭이 3만6078건으로 전체 신고건수의 46.7%를 차지했는데 이것은 경찰 내부자료에 나타난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7589건에 793억 피해액과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아마도 신고되지 않은 금액을 합치면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왜 이리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끊이질 않는 것일까? 그것은 판사와 경찰관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할만큼 고도로 지능화된 범죄유형 때문이다.

시골 노인에게 자녀가 납치된 것처럼 꾸미거나 법원·경찰서·우체국 등 관공서를 사칭하는 등 수법도 다양해지고 그만큼 피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늘 되풀이되는 보이스피싱의 피해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와 경찰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현수막이나 걸고 조심하라는 주의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검거율 60%이 되지 않는 것도 범죄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끝까지 발본색원해서 일벌백계로 다스리려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이번 대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대학생에 대한 보이스피싱 예방교육도 강화시키고 각지역의 이통반장 회의를 통해서 더 이상 억울한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계도해야 한다. 또 인터폴 연계를 통해 끝가지 범인을 일망타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늘 사후약방문식으로 변죽만 울리지 말고 서민을 울리는 민생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서두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