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주차장에서 아내와 다툰 이유

2009. 3. 19. 07:29세상 사는 이야기

한 달에 두 번 정도 아내와 함께 서울에 갑니다. 의류점을 하는 아내의 일을 돕기 위해 저녁에 올라갔다 새벽에 내려오곤 합니다. 그런데 갈 때 마다 늘 곤욕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주차문제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동대문 운동장에 주차를 하다가 철거되면서 지하철 공사와 뉴죤 사이에 주차를 하곤 했었는데 이마저 단속이 강화되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유어스주차장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좋지 않은 요즘 지방에서 물건을 하러 가는 사람들에게 기름값 식대에 주차비 까지 가중되니 죽을 맛입니다. 10시가 넘으면 주차가 허용되는 줄 알았다가 주차위반 딱지 두 번 받고 어쩔 수 없이 유어스 주차장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주차비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갈 때 마다 2만원 이상 나오더군요.다른 사람들은 주차 딱지를 떼이지 않기 위해 늘 차에서 대기하거나 이곳저곳 배회하다 전화를 하면 물건을 실으러 간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의 일입니다. 이날은 평소보다 늦게 10시에 동대문에 도착을 했습니다. 차를 좌회전해서 들어가는데 지하철공사 건물이 있는 곳에 주차단속 차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간 사람들은 영락없이 주차위반 경고장이 붙거나 견인되기 쉽상인데 몇 번 딱지를 떼여본 사람들은 또 눈치껏 차량을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아내가 아예 맘편하게 유어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라고 합니다.솔직히 이곳 유어스 주차장은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는 곳입니다. 동부그룹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예전에 상인들이 물건을 구입하고 주차권을 받으면 이용할 수 있었던 권리를 아예 없어버려 주차비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차를 몰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차를 세울 곳이 없어 지하 2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좌우측의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돌아가니 주차할 곳이 한 곳 보였습니다.
커브를 틀 때 마다 바닥면에서 나는 찌이익~찌이익~ 하는 마찰음이 귀에 거슬렸습니다. 차를 세우고 후진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양쪽에 있는 차량들이 모두 외제차인데 잘못해서 긁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며 한바퀴 돌아보거나 아예 지하 3층으로 내려가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말에 자세히 보니 양쪽에 고급스럽게 보이는 벤츠 두 대가 서있었습니다. 주차할 공간이 두 칸이 있었는데 벤츠차량이 커서 그런가요 주차공간이 작아보이긴 했습니다.그리고 주변에도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서있었습니다.  "뭐 어때 내가 실수하지만 않으면 되지..."하고 차량을 후진시키려고 하자 아내가 또 제지를 합니다. 새벽 시장을 보다보면 졸리고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수할 수도 있으니 다른 곳에 주차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도 잠결에 후진기어로 된줄 모르고 앞으로 출발했다가 뒷범퍼가 찌그러진 경험이 있는 것을 아는 아내가 노파심에 하는 이야기였지만 내심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먼저 차에서 내리라고 해도 내리지 않고 아내는 외제차는 건들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따른다는 손님들의 경험담을 들었다며 낡은 외제차라도 부품이 없어 고가의 손해배상을 각오해야 하니 다른 곳에 차를 댈 것을 종용했습니다. 늦게 도착한데다 주차문제로 시간을 끌 수가 없어 할 수없이 지하 3층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주차시켰습니다. 반품할 물건을 1층에 갖다주고 난 후 터벅터벅 지하계단을 걸어내려 가는데 기분이 참 꿀꿀 하더군요. 아내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면서도 "주차비 걱정에 이곳에 주차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잘못해 외제차를 긁기라도 하면 어떡하냐"고 무시한 건 아닌가 하는 괜한 자격지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서울에 와서 이런 일이 생길 때 마다 빨리 집으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일 때문에 잠시 오는 것이지만 올 때 마다 시골 무지렁이 촌놈에게는 사소한 것에도 바짝 긴장이 되고 신경쓸 것도 다툴 일도 많은 서울이 정말 끔찍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