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허덕이는 폐차장에 가 보니.....

2009. 3. 17. 00:09사진 속 세상풍경

요즘 어디를 가나 살기 힘들다는 소리 참 많이 듣게 됩니다. 동네 마트든 재래시장이든 치솟는 물가와 고유가에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가계사정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장아주머니의 푸념이 정말 남의 일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올해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 후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날마다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몸은 고달프고 기름값만 축내는 날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양구에 볼일이 있어 다녀오다 오후 늦게 한적한 곳에 있는 폐차장에 들려보았습니다. 요즘 최악의 불황을 타고 있는 곳이 폐차장이라는 뉴스를 접한 터라 직접 사장님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차를 주차하고 폐차장에 들어서니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며 차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폐차장 사장님이 지게차를 끌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사장님이 일을 멈출 때 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나를 보더니 차를 세웠습니다. 어떻게 오셨냐는 물음에 구경왔다고 하자 폐차장에 구경올 것이 무엇있느냐며 웃었습니다. 요즘 폐차장이 불황이라는 뉴스를 보았다고 하자 모두 맞다며 "요즘 경기 좋은데가 있나요."하고 되물었습니다.
"요즘 차를 폐차 시키려고 오는 사람이 많은가요?" 하고 되묻자 거의 없다고 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니 예전이면 폐차시키던 차량도 고쳐쓰고 왠만하면 차를 끌고 다니지 않아 거의 손을 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폐차장을 36년간 했다는 사장님은 서울에서 16년을 하다 이곳에 온지가 20년이 되었는데 요즘같은 불황은 난생 처음이라고 합니다.


2년전에는 6명의 직원을 두었었는데 지금은 경기불황의 여파로 모두 내보내고 혼자서 폐차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거운 차량들을 다루는 곳인데 혼자서는 무리가 아니냐는 소리에 기계로 하는 일이라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직원을 쓰고 싶지만 지금은 전혀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폐차장을 하는 친척도 오랜동안 일해온 직원을 자를 수 없어 교대로 한달에 15일씩 근무하게 하고 있지만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설상가상 고철값 폭락도 폐차를 꺼리는 한 요인이라고 했습니다.한때 ㎏당 600원까지 치솟았을 땐  1대당(RV 기준) 최고 70여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었던 보상비가 지난해 후반기에 ㎏당 70원으로 폭락하면서 10만원 가량 받지 못하게 된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폐차장 야적장에는 지게차가 다닐 수 있는 통로만 남겨놓고 차들이 빼곡했습니다.각종 지프에서 르망, 스텔라등 이젠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차량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폐차장은 불황없다던 말 이젠 옛말이라며 혼자서 힘들게 폐차장을 꾸려가는 사장님...요즘은 단종된 차량의 부품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며 이 모든 것이 침체된 경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으며 "참고 기다리다 보면 또 좋은 날 있겠지요...."하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