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안에서 각질 벗기는 남자

2008. 12. 29. 08:36세상 사는 이야기

일요일 오후 오랜만에 해수사우나로 사우나를 하러 갔다. 온천이나 일반 목욕탕보다 해수로 하면 몸이 더 개운하다는 아내를 따라 늘 해수 사우나로 가는데 방학을 해서 그런지 콘도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폭설이 내리고 난 후 도로가 대부분 정상화 되었지만 곳곳에 눈이 남아있어 주차장은 아직도 눈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이랜드가 하일라 비치를 인수하고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 해서 깔끔한데다 사우나 시설도 모두 새롭게 바꿔 예전보다 손님이 많아진 듯했다.
사우나 실로 들어서니 수증기가 자욱하다. 늘 하던대로 먼저 머리와 몸을 비누로 씻은 다음 버블 스파에 몸을 담그고 20분 정도있다 수세미로 몸을 닦고 습식 사우나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모두 건식 황토찜질방으로 들어갔지만 참고 습식 사우나로 들어가니 60은 넘어 보일 듯한 남자가 혼자 앉아서 열심히 발바닥을 마사지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창밖의 해수욕장을 바라보다 다시 돌아보면 쉬지 않고 발바닥을 문지르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탁탁 치기도 하고 손톱으로 발바닥을 벅벅 긁기도 하였다. 잠시 후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남자가 나가고 난후 우연히 그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남자가 앉았던 자리 바닥에 하얀 각질들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 발바닥 마사지를 하고 있는 줄로 여겼던 남자의 행동은 결국 발바닥에 박힌 굳은 살을 제거하기 위해 열심히 발바닥을 긁었던 것이었다.
갑자기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각질을 보니 더 이상 사우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그래서 안에 있는 작은 플라스틱 바가지로 먼저 땅에 떨어진 각질을 물로 씻어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려 위생상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각질까지 보니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사우나실에서 손으로 때를 미는 사람은 간혹 보았지만 이렇게 작심하고 각질을 벗기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분이 찜찜해서 밖으로 나와 찬물로 몸을 헹구고 차가운 해수탕과 뜨거운 해수탕을 오가며 사우나를 즐겼다.
공공장소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잠시 귀찮다는 이유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버블 스파 같은 경우도 다른 때와 달리 거품이 많이 생기면 탕에 들어가기 찜찜하다.
탕안에 누군가 소변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아침일찍 물이 깨끗할 때 사우나를 간다.
많은 사람들이 사우나를 즐기고 간 오후 시간에는 사우나를 하면서도 이처럼 불쾌한 것들을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