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갔다 삐끼에 위협당한 아들

2008. 12. 15. 01:04세상 사는 이야기

일요일 아들 얼굴도 보고 시장도 보려고 겸사겸사 서울에 올라갔다. 놀토가 낀 주말이라 그런지 차량이 엄청 밀렸다. 속초에서 서울까지 약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사실은 아들이 머물고 있는 고시원에 들러 주인 아주머니도 만나보고 시장을 볼 요량이었는데 차가 밀리는 바람에 아들보고 동대문으로 나오라고 했다. 한 시간 후 친구와 함께 나온 아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청계천 주변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고기가 먹고 싶었는지 메뉴도 보지 않고 대뜸 "돼지갈비 시켜 주세요" 한다.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아내가 아들에게 " 참 너 먼저 점퍼하고 구두 미리 봐두었니?" 하고 묻자 아들이 캥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가긴 갔었는데 거기 갔다가 삐끼한테 잡혀서 혼났어...."
"아니, 어디를 갔었는데....?"
" 000 이요...."
"엄마가 000로 가서 보라고 했는데 왜 거기를 갔어.."
"친구가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겼다고 정장을 산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무작정 따라 갔다가 정말 혼났어.."
"고시원에만 있느라 몰랐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곳이 불만제로에 나왔던 그 상가였어 ....그런데 TV에는 어떻게 나왔는지 몰라도 정말 무섭던데..."
"친구는 정장을 사려고 돈을 갖고 있었고 나는 그냥 미리 봐둘려고 갔는데 갑자기 뒤에서 두 손으로 감싸안고 벌떡 들더니...어디를 가셔....가봐야 다 거기가 거긴데.....원하는 대로 해줄테니까 여기서 사....응? 하는 거야.."
"이미 관상을 보고 학생이라는 것을 눈치 챘는지 대뜸 반말을 하며 막무가내로 끌어당겨서 "아저씨, 저 그냥 구경왔어요" 하니 "
"누구나 다 그런 소리 해 ....그냥 여기사 사 "
"정말 돈이 없다니까요?"
"그러자 슬그머니 팔을 풀어주면서 귓속말로 " 돈 없으면 이곳에 오지 마라 응?..." 하는 거야
지금 생각해도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아...."


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10년동안 이곳에 물건을 하러 다녀도 도매시장에서 삐끼 때문에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소매를 하는 일부 상가에서 그런 짓을 하는데 하필 아들이 멋모르고 그곳에 간 것 같았다.
상가를 돌다 무서워서 구경을 포기하고 이번에 새로 오픈한 옆 상가로 갔더니 그곳은 심하게 사람을 잡거나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친구는 정장을 사고 자신은 구두를 한 켤레 보고 왔다고 한다.
갔다와서 친구들에게 그곳 이야기를 하니 "네가 바로 만식이 만순이였구만...."하며 웃었다고 한다.
불만제로에 나온 이야기중에 상가에서 순진하고 물건값 깍지 못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만식이 만순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봉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어디를 가나 삐끼가 판을 치는 곳은 분위기가 험악하다.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손님을 뺏기기 싫고 그러다 보니 손님에게 무례하게 대하게 된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평화시장에서 아들에게 운동복을 사주고 뉴존에서 바지와 먼저 봐 두었다는 구두를 사주고 헤어지면서 마음이 여린 녀석이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경험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아들과 헤어지고 동대문 이곳저곳을 돌면서 시장을 보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 한가한 탓도 있었지만 연말인데도 의류매장이 썰렁했다. 지금 어느 곳이든 상가들이 장사가 안돼 고민에 빠져 있다. 지역 상경기가 위축되고 폐업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동대문과 남대문 의류상가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극히 일부 상가에서 일어나는 호객행위 때문에 전체가 호도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장사라는 것은 강요한다고 물건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눈앞에 이득에 눈이 멀어 서로 아웅다웅 싸우는 것보다는 상가 자체에서 물건의 질을 높이고 고객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시정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