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준 6차전

2008. 10. 24. 06:30스포츠 인사이드

마침내 두산이 삼성을 꺽고 한국시리지에 진출했다. 이날 방송은 폭우로 경기가 지연되는 등 많은 시간을 지체하는 우여곡절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는데 중계방송을 보는 내내 돔구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보여주었다.
중계방송을 보는 내내 폭우에 경기가 중단되고 그라운드가 젖어 흙탕에서 경기하는 선수들과 비를 맞으며 관람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날 경기는 2-0으로 앞선 두산의 3회말 공격 도중 빗줄기가 굵어지자 심판진은 경기중단을 선언했다. 오후 7시4분에 중단된 경기는 51분이나 지나서야 재개됐다. 심판진들이 모여 경기재개에 대한 논의를 하는 모습과 운동장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때 중계해설을 하던 해설자와 아나운서의 멘트는 우리의 야구장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야구 기술은 세계 최상위에 접근했지만 야구장 수준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습니다.비만 오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흙탕물에서 부상의 위험을 안고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만일에 대비해서 내야를 덮을 수 있는 덮개를 준비해야 했는데 준비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안일한 대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용하지만 뼈있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실하게 가슴에 닿았다.
비가 그친 후 그라운드 정리를 위해 흙을 뿌리는 과정에서도 작은 돌멩이들이 눈에 띄었는데 선수들의 부상이 염려되기도 했다.

                                                                                                                      <사진출처: 한겨레>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아직 한국프로야구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고 생각된다.베이징 올림픽 우승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야구팀이 8개 구단으로 14개 구단인 프로축구에 비해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초. 중. 고교 야구팀은 일본의 1/10에도 못 미칠 만큼 뿌리가 얕다. 거기다 모든 구단들이 자신의 전용 구장을 갖추지 못하고 지방자치의 운동장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구장은 시설이 낙후돼 구단수입에 큰 손실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돔구장이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고 또 유지관리비가 관중수입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비판도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몇몇 지방자치도시에서 WBC 유치를 위해 돔구장 건설을 발표했었다. 그중 가장 발빠르게 대응했던 도시가 안산시였는데 KBO와 안산시는 2009년 초 건설에 착수해 2012년 10월 이전에 돔구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2013년에 개최되는 세계야구월드컵(WBC)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건설 협약식을 했던 안산 돔구장은 법규 등의 문제로 아예 삽도 뜨지 못한 채 지지부진 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능력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KBO는 돔구장 건설 등 구장 시설 현대화를 위해 여러가지 복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안산 돔구장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고 대구, 광주 등의 구장신축 추진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에 이은 관중 500만명 돌파라는 겹경사를 맞은 한국야구....그러나 어제 플레이오프 6차전은 한국야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판이었고  돔구장이 왜 필요한 것인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 경기였다.
앞으로 KBO의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바로 돔구장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