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옆 흉한 철탑이 있는 까닭은?

2008. 10. 18. 12:23사진 속 세상풍경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용문사 앞 은행나무는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에 소재한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1,100~1,500여 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62여 미터, 밑둥 둘레가 14미터로 동양에서는 가장 큰 은행나무라고 한다.
이 은행나무는 모 방송에서 각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앞으로 200년간 약 1조6,884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을 정도로 대단한 나무인데 이곳은 이 은행나무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바로 옆에는 용문사가 있는데 은행나무 덕분에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사찰이라고 한다.
9년전에 아이들과 함께 와보고 다시 찾은 용문산 국민관광지는 규모가 많이 거져 있었다. 넓은 광장과 농업체험 박물관이 들어서 있어 볼거리가 한층 많아졌다.
올라갈 때는 늘 커다란 아람드리 소나무와 단풍나무 갈참나무들로 숲을 이뤄 시원함 더해 주곤 했는데 늦은 시각이라 오히려 추위를 느낄 정도로 서늘했다.


30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용문사에 다다르는데 그곳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관람하고 있었고 몇몇은 휴대폰으로 천연기념물 30호인 은행나무를 찍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목이 아파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은행나무지만 사찰 마당에서는 은행나무를 모두 담을 수 있다.


수령을 말해주듯 거대한 나무 혹이 세월의 연륜을 느끼게 해준다. 바로 옆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소방시설도 모두 준비되어있다고 했다. 9년전에는 나무가 기력이 쇠한지 은행잎이 많지 않았는데 그동안 각고의 보살핌 덕분인지 튼실해보였다.


관광온 사람들이 지나는 말로 이곳에서 떨어지는 은행만 줏어도 예전에는 열 다섯 가마를 줏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은행이 많이 달렸다고 한다. 9년 만에 정말 몰라보게 잎이 튼튼하게 변한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니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이내 날이 어두워졌고 일행과 함께 내려오려고 하는데 옆사람이 내게 물었다.
"은행나무 옆에 흉하게 있는 저 철탑은 뭐지?"
그러자 동생이
"저거 송신탑 아닌가요. 이곳에 전파가 잘 통하지 않아 높은 송신탑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요.."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한 사람이 이유는 모르지만 송신탑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송신탑이 아니라면 뭐냐고 물으니 그 사람도 자세한 이유를 몰랐다. 송신탑이건 아니건 왜 보기 흉하게 사찰과 은행나무 가까운 곳에 설치해놓은 것일까


그곳에서 100여미터 내려올 때 기념품을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피뢰침이었다.
은행나무가 낙뢰를 맞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은행나무 옆에 낙뢰방지용 피뢰침을 세우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보기 흉하지만 낙뢰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은행나무 주변에 수많은 버팀줄이 그물처럼 보이는 것은 미관상 정말 보기 흉했다.
낙뢰를 방지할 방법이 저것 밖에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