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구를 아시나요?

2008. 10. 12. 23:39사진 속 세상풍경

어릴 적 우리 집은 도로가에 살았다. 집 옆에는 마을에서 가장 큰 미루나무가 있었고 2차선 비포장 도로에는 늘 군용차들이 달려 먼지를 뒤짚어 쓰기 일쑤였다. 집 아래 군인들 운전연습을 하는 야수교가 있어 아침 저녁으로 군인차 수십 대가 오르내리곤 했는데 그때 마다 차를 타고 싶은 욕심에 '태워주세요' ' 태워주세요' 하며 외치다 안되면 '군바리' '군바리' 하고 놀리기도 했다. 뜻도 모르고 놀려대던 그말에 깃발로 수신호를 하던 신병들이 화를 내었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사병들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당시에는 일반 차를 구경하는 것이 힘들었고 하루에 두 번 오르내리던 합승(지금의 25인승 만한 버스)만이 운송수단의 전부였었다.
그때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친구네 집에 도락구를 갖고 있었는데 의스대는 친구에게 차를 한 번 타볼 심산으로 아부하던 아이들도 많았었다. 당시 큰 제재소를 했던 친구네 집은 늘 우람한 아람드리 나무들을 실어나르는 도락구 소리가 요란했었다. 당시 움직이는 도락구를 타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올라가서 운전하는 시늉을 하곤 했었다.
아련한 추억속의 도락구....지금은 정말 볼 수 없는 그 추억의 도락구를 일요일 오후 우연히 들른 시골에서 다시 만났다.
그곳은 젖소를 키우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소의 분뇨를 나르는 것으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세월의 연륜이 그대로 묻어나는 추억의 도락구....운전석의 앞 창문은 샤시로 된 중고 창문으로 리폼했고 지붕도 대충 비가림만 해놓았다. 도락구는 일본말로 우리말의 트럭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어릴 적에 늘 도락구로 부르곤 했었다.


모양은 초라해도 있을 건 다 있다 앞범퍼며 헤드라이트 백미러 라디에이터 .....주변 사람들의 말로는 6~70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주인이 출타 중이라 확인할 수 없었다.


운전석은 고무 밧줄로 동여맸고 브레이크와 클러치는 소고리처럼 길게 나와있다. 기어 변속기도 해골처럼 그대로 드러나있고 운전 아래 밧데리가 연결되어 있었다.


보기에는 흉물스럽게 생겼었도 아직 경운기보다 더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는 추억의 도락구..... 사람이 올라앉아 있는 장면을 떠 올리니 좀 우스꽝스럽긴 했다.


뒤에는 소의 인분을 퍼날렀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직도 굴러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고 신기했는데 역시 옛것에서 느끼는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게 해준 도락구의 발견으로 오늘 하루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