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에 CCTV 설치한 이유는?

2008. 9. 6. 22:07세상 사는 이야기

비가 내리는 날이면 늘 모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출출해서 술한잔 하기 위해서죠....누가 뭐랄 것도 없이 약속이 잡히고 한 주간에 있었던 일들을 안주삼아 이야기 꽃을 피우곤하는데.....
이번에 공사중에 사고가 나서 6개월째 병원에 있다가 퇴원한 형님이 국밥집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국밥집에 CCTV가 설치된 곳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밥집이라면 한번쯤은 다 들려본 곳인데 그곳이 어디일까?
그곳은 내가 얼마 전에 가보았던 곳이었는데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내부는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잘된 곳입니다.
누구도 그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고 설치되었다고 해도 요즘에 별로 이상할 것도 없겠지요.그래서 더욱 CCTV를 설치한 이유가 궁금했는데.....이야기인즉슨 이러했습니다.
형님의 동생 부인이 그곳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http://cafe.daum.net/ATHF>

목도 좋고 내부도 깔끔해서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는데 여름에도 에어컨이 설치되어 그나마 시원하게 일을 할 수 있었는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장이 젊은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사장이 없었는데도  하루종일 있었던 일을 너무나 상세히 알고 잔소리를 해대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종업원 중에 누군가 고자질을 했겠거니 생각했지만 동생 부인은 반복되는 잔소리를 곰곰히 생각하다 혹시나 CCTV가 설치되지는 않았을까 하고 천정을 찬찬히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별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났을 무렵 사장이 머무는 쪽방을 지나다 문틈에 언뜻 비친 모니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모니터에는 주방과 홀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파트 경비실이나 건물관리소에서 보았던 CCTV 모니터였는데 사장이 아예 건물을 인테리어 할 때 남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설치해놓은 듯 했다고 합니다.
주방장을 제외하고는 3~40대의 아줌마들이 일하는 곳에 몰래 아줌마들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감시카메라....짧은 치마의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게 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손님이 가시고 난 후 상을 닦을 때나 상 아래를 청소할 때 어쩔 수 없이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곳을 몰래 엿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불쾌해졌다고 합니다.
물론 사장은 나중에 손님이 물건을 분실했을 경우나 여타 일들이 일어났을 때를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지만 30평이 채 안되는 국밥집에 CCTV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 어디를 가나 CCTV가 설치된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물건의 도단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마트나 수퍼에서도 필수라고 하는 CCTV.....시청이나 은행 등 공공기관이나 도로, 쓰레기장, 어디를 가도 자유롭지 못한 감시자 CCTV가 이젠 서민들이 즐겨찾는 국밥집까지 생겼다는 말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알고난 후에 그곳에서 일하기가 불편했던 동생 부인은 결국 그곳을 그만두고 나왔다고 합니다.
종업원을 감시하기 위해서 설치되었든 손님을 위해서(?) 설치해 놓았든 그것을 의식하면서 일하기도 불편했거니와 CCTV를 보고 잔소리하는 곳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 모여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 모두 서민들의 밥상인 국밥집에 CCTV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마디씩 하더군요. 국밥집에 가서도 CCTV가 설치되었나 두리번 거리며 식사를 해야하나....하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 금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