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회사 여름특수는 옥수수와 감자 때문?

2008. 7. 30. 21:36세상 사는 이야기

갑자기 택배회사로 부터 전화 한통이 왔다.
"000씨 집이죠,택배가 왔는데 지금 댁에 계시나요?"
"예,오전 중에는 집에 있으니 오세요..."
이틀 전에 팔순 아버지께서 옥수수를 택배로 부친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 옥수수가 도착한 듯 했다.
30분 후에 초인종 벨이 울리고 문을 여니 옥수수를 든 택배회사 직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안면이 있는 직원이었다. 개인적으로 친구에게 신세를 진 후배였는데 사업을 하다 실패한 후 차량 한 대를 구입해 지입으로 택배회사로 들어갔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바쁘기만 하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며 힘들어 했었는데 지금보니 너무나 야위었다.
"왜 이리 살이 빠졌어?"
"아이고, 요즘 바뻐서 죽습니다. 날은 덮고 일은 많고....."
"그것 참 좋은 소식이구만 ..."
"요즘 같은 폭염에 한 번 해보세요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더군다나 요즘 강원도에서 택배하는 사람들 대부분 택배 물건은 감자 아니면 옥수수죠,"
"자식들에게 보내주려고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는데 어떤 집에서는 감자 여덟 박스에 옥수수 50개 묶음으로 6개를 보내는데 택배비는 모두 착불로 보내더군요..."
"일이 많아서 좋긴한데 무거운 것만 들다보니 살이 쪽쪽 빠져 이참에 다이어트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택배 직원이 가고 난 후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데 구수한 고향 냄새가
좋다.
아버지께 잘 받았다고 전화를 드리니
"그래. 맛있게 먹어.....그런데 택배회사 직원이 돈달라고 안하든?"
"예, 오천원 달라고 하던데요?"
"너무 비싸다고 깍아달라니 안깍아주더라....그래도 택배회사 직원이 참 친절하더라"
"포장을 안해놓았다고 하니 차에서 박스를 내려 잘 포장해 주더구나.."
"그러면서 집에 택배회사 스티커를 주길래 전화기 옆에 잘 두었어..다음에 또 시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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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통화를 끝내고 옥수수를 찌면서 요즘 택배회사도 경쟁이 심하다고 하더니....
농촌에 까지 단골 고객을 잡기 위해 많이 노력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올해만 해도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쌀이며 고추며 옥수수 감자......이것을 아들 사형제에게 모두 보내 주셨으니 그것만해도 벌써 택배비가 만만치 않다.
시골길을 누비는 택배회사들의 고객잡기 전쟁은 피서철이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이열치열이라고 폭염에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하루를 보내고 저녁무렵에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단다.
늘 단골 손님이 없어 힘들었는데 모처럼만에 감자와 옥수수 특수에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며 활짝 웃으며 돌아서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옥수수마저 중국산 때문에 믿지 못한다며 직접 챙겨주시는 아버지.....
택배회사는 특수를 누려서 좋고 나는 고향의 맛과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