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바다낚시 선장의 음주운전

2008. 6. 12. 21:21세상 사는 이야기

모임을 시작한지 10년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동해안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야 콘도에서 1박하고 다음날 낚시배를 타고 바다낚시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생전 처음 여행을 떠나는 것에 아이들이 모두 들떠다고 후배가 전화를 했다.
나야 바닷가에 살고 있으니 바다낚시하는 것이 별반 흥미로운 일이 아닌데 다른 사람들은
많이도 설레는 것 같다.
토요일 오후 먼길을 찾아온 일행은 먼저 횟집에 들러 싱싱한 회와 매운탕을 먹으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2차로 노래방에 들러 놀다가 콘도로 가서는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다음에 나올 책 출간에 대한 계획과 출판비에 대한 조달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거나하게 취기가
돌았다.
새벽 두 시에 잠이 들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 후 콘도 내에 있는 해수 사우나에 들러 목욕을
하고 나오니 벌써 시간이 10시가 되었다.
참가인원이 몇명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돼 낚시배를 미리 예약해놓지 않은 일행은 무작정 포구의
낚시점에 들러 낚시배를 구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낚시 주인의 주선으로 20명이 함께 탈 수 있는 배를 구할 수 있었다.
이배는 본디 낚시배가 아니었지만 요즘 고기가 나지 않아 낚시배로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드디어 바다로 출발하였다.
선장님이 템포빠른 트로트를 틀어주니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렸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기분이 좋아서 노래소리를 따라 흥얼거렸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포구가 손가락으로 가려질 만큼 작아보일 때 쯤 배가 섰다.
배가 움직이지 않도록 배를 고정시키고 낚시를 시작했다.
이곳은 어종이 다양하지 않으니 가자미 낚시를 하는데 간혹 문어도 올라온다고 하였다.
대부분 낚시가 처음이다보니 일일이 선장님의 손길이 닿아야만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후배 것을 해주고 바다로 낚시를 담궜다.
날을 잘 잡아서 그런지 고기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한 번에 두 세 마리가 물리기도 했는데 한 마리도 잡지 못하던 후배가 갑자기 낚시가 걸렸는지
낚시가 올라오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후배 낚시를 잡아 끌어올리는데 정말 무언가 걸린 것인지 묵직했다. 힘을 주니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선장님이 낚시를 낚아채더니 문어가 물린 것이란다.
감으로 벌써 문어라는 것을 알고 있다니......선장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술냄새가 났다.
선장의 얼굴을 보니 벌겋다. 어부라 햇볕에 타서 그러려니 했는데 술냄새가 확 풍기는 것이 아닌가.
요즘 고기도 잡히지 않고 배가 나갈 일이 없어 술을 마시다 낚시점의 전화를 받고 나온 것 같았다.
커다란 문어 한 마리가 올라오는데 나는 문어보다는 넓은 바다에서 혹시 잘못되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걱정스런 마음이 앞섰다.
그렇다고 한창 무르익은 이 분위기를 깰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참을 고민중인데 마침 아이 하나가 배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위해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낚시를 시작한지 한 시간 좀 넘었을 때였다.
모두들 아쉬워했지만 아이를 위해서 모두 돌아가기로 했다.
예전부터 어부들의 선상 음주 얘기는 들은 적이 있었지만 직접 내가 경험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망망대해 바다에서 음주운전으로 잘못되었을 때 이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할수록 끔찍하고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은 아쉬움 속에 돌아왔지만 나는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해경에 신고할까 생각도 했지만 요즘 가뜩이나 고기가 잡히지 않아 어렵다는데 신고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개인 스스로가 음주운전을 하지 말아야겠지만 해경에서도 음주단속을 강화해서
음주로 인한 해난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