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아버지의 눈물을 보다

2008. 5. 15. 17:41세상 사는 이야기

2007년 12월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너무나 황망해서 가족들 모두 정신이 없었는데 아버지는 슬픔을 억누르시고 장례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뒷일을 다하셨다. 늘 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셨고 평생 말동무셨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아버지셨을텐데...슬픔을 안으로 감추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한데....어머니 돌아가시고 한 달만에 우리 집으로 오신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도 수척해지셨다. 내년이면 팔순이시지만 늘 활기차시고  건강하셨는데 어머니 돌아가신지 석 달만에 몰라보게 야위어 보이는 아버지....
병원에서 영양제 주사도 맞고 팔팔한 해산물로 요리를 해드려도 입맛이 없다시던 아버지...이번 어버이 날 고향에 가서 아버지 농사일을 거들어 드리는데 고추대를 세우다가 잠시 쉬는 사이 아버지께서 먼산을 바라보시며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그곳은 어머니가 늘 햇볕을 피해 쉬시던 처마 밑이었다.
가까이 가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먼산을 바라보며 울고 계셨다. 두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 .....단 한번도 아버지의 눈물을 본 적 없는 나도 어머니 생각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농사도 절반으로 줄이고 밭도 남에게 텃도지를 주었어도 농사일이란 혼자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평생을 함께 일구던 밭에 있으니 어찌 어머니 생각이 나지 않으시랴.....이제 조금 있으면 감자꽃 흐드러지고 고추밭에도 마늘밭에도 어머니의 땀이 배어 있는 땅을 디딜 때 마다 아버지는 또 눈물을 흘리시겠지......그 무엇보다 슬픈 것은 어머니 없는 외로움을 쉬 떨쳐내지 못하시는 것이 문제라는 형님의 말이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남들이 들어주지 않는 말이라도 이유없이 화를 내도 모든 것을 다 받아주시던 어머니...어머니의 부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주말마다 되도록이면 아들 사형제가 모여서 함께 농사를 도와 드리자 약속은 했지만 함께 다 모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농사일을 그만 두시라 해도 한사코 반대하시는 아버지.....아버지의 고집을 꺽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의 땀이 배어있는 밭을 남에게 맡기기 실은 아버지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그리고 자식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눈물을 소리없이 흘리시는 곳 그곳이 바로 이 텃밭이리라.......지금도 아버지는 밭에 나가 계실 것이다.감자밭. 고추밭. 마늘과 옥수수 커가는 것을 보면서 ......소리없는 눈물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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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생전에 심어 놓으신 더덕 실하게도 잘 자랐다...그리움인듯  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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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보게 빨리도 자라는 마늘.....이것을 어머니와 함께 심었는데.....자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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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 혼자 박은 고추대.....힘이 없어 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가슴 미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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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와 옥수수...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에게는 일용한 양식들.......비가 내렸지만 아직
         건조해서 잘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밭의 반을 잘라 임대를 주었는데 벌써 가건물이 들어섰다
         그나저나 .비가 더 내려야 가뭄이 해결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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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토마토.....어머니는 늘 빨간 토마토를 잘라 설탕에 섞어 주셨다.
          너무나 맛있던 시원한 토마토..이젠 맛볼 수 없다....
          두 줄 심던 것을 올해는 한 줄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