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부끄럽게 하는 물고기의 부성애

2008. 4. 14. 12:39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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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모성애 만큼 지극하고 눈물겨운 사랑은 없다고 한다.어느새 나도 어머니라는 말 한 마디에 가슴 저미는 나이가 되었는데 요즘 문득 내가 아버지의 위치가 되고 나니 어머니의 자리만큼 아버지도 외롭고 힘드셨겠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 어릴 적 아버지는 학교에 들어가기전 한글과 구구단을 모두 가르쳐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하셨고 혹 집밖을 나갈 때는 남자가 밖에 나가면 돈 쓸 일이 생긴다며 넉넉하게 챙겨주시곤 했다. 물론 나중에 안일이지만 아들이 밖에 나가서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해 이웃집에서 꿔서 주셨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들었다.연이은 사업실패에도 끝까지 자신의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며 용기를 주신 아버지....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버지를 볼 때 마다 나는 가시고기가 생각난다.
이곳 영동지방의 하천에는 유독 가시고기가 많다.처음 이곳에 이사왔을 때 낚시를 하다 고기가 잡히지 않아 반도로 바다와 닿아있는 하천에서 수풀을 뒤지면 가시고기들이 떼로 잡히곤 했다.그때는 등에 가시가 있고 너무 작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TV에 나온 다큐를 통해본 가시고기의 모습은 정말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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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cm정도 되는 작은 물고기인 가시고기는 5~7월, 산란기가 되면 수컷이 산란을 위한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여기에 암컷이 찾아와 알을 낳고 떠나면 수놈은 알이 부화될 때까지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침입자를 막기 위해 최선으로 힘쓰다가 새끼들이 자라서 둥지를 떠날 때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가족을 위해 수고하다 조용히 한 세상을 마감하는 지극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가시고기.미물에 지나지 않는 작은 물고기가 자신의 알을 부화하기 위해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다 결국은 자신의 몸까지 자식의 먹이로 제공하는 놀라운 장면을 보며 정말 가슴 징한 감동을 느꼈었다.
그 무렵 조창인의 '가시고기'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 불편한 몸으로 끝까지 헌신하는 아버지의 희생에 많은 독자들은 감동 했었다.
그때 나는 유독 가시고기만이 진한 부성애를 갖고 있는 특별한 물고기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시고기에 뒤지지않는 부성애를 가진 물고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 얼룩동사리라는 민물고기는 가시고기와 거의 같은 습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얼룩동사리는 암컷 1마리가 대게 1,500여개 내외의 알을 산란하는데. 산란과 수정은 꼬박 하루가 걸리고 1마리의 수컷이 산란지를 마련한 후 3마리의 암컷을 받아들여 약 5,000여개의 알을 수정시킨다고 한다. 산란을 마친 암컷들은 즉시 자리를 떠나며 그때부터 수컷의 부성애는 발휘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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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느린 이유로 산소 공급을 많이 해주기 위해 끊임없이 알들을 지느러미로 스치듯 쓰다듬는다. 비단 그 뿐이 아니라 알들을 노리는 다른 어종들로부터 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 때로는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것과 대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산란한지 20여일이 지나 알들은 하나 둘 부화되기 시작하고  마지막 남은 알까지 부화되고 난 후, 20여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알 돌보기에만 전념했던 수컷 얼룩동사리는 서서히 죽어간다고 한다.
또 가시고기와 얼룩동사리와 더불어 꺽지 역시 부성애가 뛰어난 고기로 알려져있다.일전에 강원도 양양군청을 들렸을 때 군청 청사내에 수족관에 있는 남대천에 사는 물고기를 구경하다 꺽지라는 고기를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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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꺽지의 가시고기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가시고기처럼 꺽지도 자식을 향한 부성애가 강한 고기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바다고기중에 부성애가 강한 고기는 쥐노래미라고 한다.산란기가 되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황금빛으로 몸 색깔이 바뀌는 수컷 쥐노래미는 제 짝을 만나 암컷이 산란을 하면 그 알을 지키는 것은 온전히 수컷의 몫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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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컷이 사라진 자리를 혼자 지키며 알이 잘 부화할 수 있도록 지느러미로 부채질을 해 산소를 공급하고, 밤을 꼬박 새며 천적들을 방어한다. 자신은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면서 몸무게가 10㎏이나 되는 문어를 마구 물어뜯는 모습, 끊임없이 공격해들어오는 불가사리들을 입으로 물어 갖다버리는 놀라운 습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놀라운 부성애를 갖고 있는 작은 물고기와는 달리 너무나 부끄러운 행동을 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볼 때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일전에 친아버지와 함께 살던 3살짜리 아들이 상습적인 폭행과 방임에 시달리다 뇌사상태에 이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는가 하면 13살의 나이로 세계명문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 ‘수학 천재’로 인정받았던 수피아 유소프(23)가 매춘부로 몰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겨 주었는데 .그녀는 입학한지 3년 만에 가출을 했고 12일 후 경찰에게 발견된 유소프는 집으로 돌아가기기를 거부하며 “아버지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는 생지옥 같은 생활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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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녀의 아버지는 10대 소녀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되어 구금돼 있다고 한다.
또 2005년 4월 서울 관악구 경찰서에 6살 된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 없다.전(前) 부인에 대한 복수라는 생각에 당시 5살이던 딸을 성폭행하고 당시 4살이던 아들에게 똑같이 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인면수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그리고 4월12일 방영된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의 해외 고려장편은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 하는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예라고 하겠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내팽개치고 또 부모를 버리는 패륜을 서슴치 않는 인간의 이기와 작은 미물이지만 놀라운 부성애로 자신을 희생하는 물고기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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