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폭등에 아내가 울었습니다.

2008. 3. 19. 17:26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합니다.기름값에 덩달아 뛰는 각종 생활용품에 뭐는 안오르겠냐마는 금값이 폭등했다는 9시 뉴스를 보던 아내가 갑자기 눈물을 흘립니다.또 아픈 과거가 상처를 건드렸나봅니다.

19년전 어렵게 결혼을 해서 두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사업이 여의치 않아(뭐 딱히 사업이랄 것도 없는 구멍가게 수준이었지만)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보고 대출도 받아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더군요.

그때 궁여지책으로 팔아버린 예물이며 아이들 돌반지며 팔찌 생각이 또 났는가봅니다.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 서울가서 현찰로 물건을 사갖고 와야 장사를 할 수 있었으니 그때는 어쩔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돈에 4만원 조금 빠진 가격에  스무 돈을 팔았습니다. 그때는 장사를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으로 해주면 되지 그리고 예물도 더 좋은 것으로 해줄게  여보......그게 벌써 20년이 다되어 갑니다.
그렇다고 생활이 나아졌냐고요? 아직 내집도 갖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는 데에 등골이 휘고 정신없이 살고있습니다.

고등학생 둘중 하나는 외지에 나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작은 녀석은 학교 수업에 보충수업에 또 학원에 정말 눈코뜰새 없어 얼굴보기도 어렵습니다.

늘 사는 것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자위하며 살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분통터지는 일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동복 가게를 한다고 체인점을 계약한 것은 제품을 받아 보기전에 부도가 나 회사가 공중분해되고,시장물건 팔다 자리 잡을 만하니 주인에게 내쫓기고,학원을 차려 자리를 잡으니 학원건물이 경매가 넘어가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그때  학원내에 주거지로 전입이 되있거나 살림을 했다는 증빙서류를 갖춰야 임대보증금을 일정금액 받을 수 있는데 임대 계약서만 갖고는 배정을 받을 수 없다더군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하는 일마다 이상하게 꼬이더군요.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을 꼼꼼하고 약게 살지 못하고 어리숙하게 산 내 잘못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마음 고생 속에서도 묵묵히 참고 살던 아내가 문득 금값 폭등 소식에 왈칵 눈물이 쏟으니 바라보는 내 맘이 정말 미안하고 쓰리더군요.

그때 팔았던 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결혼 예물과 아이들의 소중한 선물을 팔았다는 자괴감 때문에 눈물이 흐른 것이겠지요. 어차피 서민들에게 금은 어려울 때 환금해서 요긴하게 쓰라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봐도 마음 한 편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여유자금으로 쌀 때 금을 매입하고 요즘처럼 비쌀 때 팔아 차익을 남기는 부자들의 투자방법, 서민들에게는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그림에 떡이 아닌 그림에 금이라고 해야할까요?.더 이상 금이 없으니 금값 오르는 것에 대해 민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금값 폭등이 다른 물가에 영향을 주어 시장바구니를 가볍게 하는 것이 걱정스러울 뿐입니다.

기름값에 밀값에 금값까지 그 여파로 덩달아 올라가는 생활용품에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으니까....커가는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지금 아내와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힘, 그것은 희망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긍정의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