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별과 같이 살다 줄거리 읽기

2008. 2. 15. 12:16마음의 양식 독서

별과 같이 살다

작가

황순원

줄거리

이십 호 남짓한 마을이었다. 마을 가는 곳마다 옹달샘이 솟아 이름도 샘마을이라 불리우는 이 동네는, 어느 먼 조상 한 분이 동네 살림이 이 샘물의 몇만분의 하나만 된대도 걱정 없으련만 하고 탄식한 듯이, 예나 이제나 땅 파먹는 사람만이 살고 있는, 그리고 너나없이 가난한 사람만 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대구에서 동북쪽으로 한 이십 리 가량 떨어 져 있는 이 마을은 이렇게 이룰 수 없는 먼 조상의 탄식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황토 위에 엎드려 있었다.

이 마을이 통째 대구 사는 김만장 영감의 소유로 돼 있었다. 벌써 몇 대째. 이러니 어느 옛날부터 대대로 비록 주인은 갈릴 버해도 한결같이 가난해만 내려오는 이곳 사람들은 또 김만장 영감을 하나의 무서운 존 재로 받들고 살아가는 백성일 밖에 없었다.

이들 샘마을 가난한 사람들은 또 다른 하나의 이런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샘마을과 한 시오리 새떠 있는, 도리어 대구서는 이 샘마을보다 가까운, 상나뭇골 마을의 한명이란 사람이었다.

곰녀는 이런 샘마을, 땅밖에 팔 줄 모르는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이며, 세계가 그녀에게 주는 압력을 그 대로 순종하며 받아들인다.

곰녀는 한민족의 오랜 수난에 알맞게 갖가지의 수난을 다 겪는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하녀로, 창녀로, 어느 늙은이의 소실로 전전하다가 8·15를 맞을 때까지 그녀에게는 숱한 역사가 흘러가건만, 그러나 그런 외적 조건들은 곰녀 밖에서 맴돌다가 제풀에 흘러갈 뿐, 그녀는 언제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