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쌀국수 창업가이드

2008. 1. 8. 22:47편리한 생활정보

베트남쌀국수전문점 현황과 전망, 유망 브랜드 + 창업 사례




"이전엔 느낄 수 없었던 전혀 색다른 맛",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음식". 외국에서 들어온 퓨전 음식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다. 맛과 향, 재료나 조리법 등 우리네 음식과 다를수록 고객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각양각색, 천양지차인 사람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음식이 있을까마는 대부분의 퓨전음식은 ‘호기심’ 많은 일부 고객층의 ‘일시적’인 인기에 그쳤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쌀국수는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메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외식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쌀국수의 사업성을 진단, 자리를 굳힌 리딩브랜드와 성장가능성 높은 후발 브랜드들을 살펴본다.


규모 양극화 / 메뉴 다양화, 안정기에 진입

베트남쌀국수는 국내 외식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퓨전음식이다.

퓨전음식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평가는 ‘호평(好評)’과 ‘혹평(酷評)’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 특징. 우리네 입맛에 맞지 않는 탓도 있지만 안티소비자들의 혹평이 퓨전 음식이 국내 외식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사라지게 하는데 한몫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탓에 ‘퓨전’을 표방한 많은 외식아이템들이 젊은층을 주요 타깃으로 한국에 상륙했지만 ‘반짝 아이템’으로 끝나고 말았다.

퓨전 음식이 살아남기 힘든 국내 외식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베트남쌀국수의 진입과 성장은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베트남쌀국수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본국에 돌아가 베트남에서의 향수를 떠올리며 만들어 먹었던 음식. 오랜 전쟁 기간 동안 많은 나라의군인들이 월남전에 파병되면서 베트남쌀국수는 미군은 물론 참전군인들에게는 익숙한 메뉴다. 이런 탓에 베트남쌀국수는 미국에서 프랜차이즈가 시작돼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했고 국내에도 들어오게 된 것. 하지만 고객타깃을 감안할 때 전쟁의 향수보다는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라는 공통분모를 앞세워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경계심을 낮추는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맛의 현지화로 국내 정착, 꾸준한 수요층 확대

국내에 베트남쌀국수전문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8년.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왔고 강남구 삼성동에 베트남쌀국수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오픈 초기 퓨전에 관대(?)하고 호기심 많은 20대 젊은층들이 몰려 들었다. 기존 퓨전음식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쌀국수에 대한 평가 또한 ‘극과 극’이었다. 이국적인 맛과 향을 선호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너무 강한 향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시원한 국물과 부드럽고 쫄깃한 쌀국수의 맛이 아닌 메밀 국수같이 텁텁한 면발도 불만사항.

고객들의 엇갈리는 반응 속에서도 쌀국수전문점은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첫선을 보인 다국적 브랜드는 정통의 맛과 향을 고집하며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쌀국수는 원조격인 브랜드를 빼곤 경쟁업체가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

그러다 지난 2001년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베트남쌀국수 시장은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원조와 신예의 대결은 신규 브랜드의 승리. 너무 강한 향이 나지 않도록 향신료를 줄이고 재료의 레시피를 조절,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이러한 맛의 변화는 웰빙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고객층 확대와 수요증가로 이어졌고 베트남쌀국수는 국내 외식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차지한 퓨전 외식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2001년부터 시작된 베트남쌀국수 맛의 한국화를 벤치마킹한 후발 브랜드들이 등장했고 가맹점도 빠르게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들이 앞다퉈 서울과 수도권에 출점하면서 가맹점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문제는 수요(고객)보다 공급(가맹점)이 많다는 점.

이런 탓에 베트남쌀국수 브랜드들은 생존전략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맛은 ‘거기서 거기’, 점포입지가 중요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어딜가나 베트남쌀국수의 맛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맛이 그맛이다’. 조미료나 향신료의 종류와 사용량은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 벤치마킹한 결과, 내용물과 조리법이 비슷해 맛에서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결과다.

음식의 최우선 경쟁력은 맛이지만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 탓에 베트남쌀국수 브랜드들은 인테리어와 메뉴, 매장 규모와 출점전략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베트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나 깔끔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도 많다. 또한 점포를 대형화하는 반면 맞서 소형화로 창업자들의 진입문턱을 낮춘 브랜드도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메뉴가 다양화 되고 있다는 것.

베트남쌀국수는 메뉴 특성상 테이블 회전이 빠르고 객단가도 높은 것이 장점. 반면 보편적인 아이템이 아닌 탓에 수요층이 한정돼 있고 일상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더욱이 일반 분식에 비해 월등히 비싼 객단가와 브랜드의 차별성이 없는 것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지선택이 중요하다. 베트남쌀국수는 분식이지만 김밥이나 라면과는 고객층이나 소비패턴이 전혀 다르다. 길가다 쉽게 사먹는 분식과는 달리 반드시 베트남쌀국수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의 소비패턴과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무조건 젊은층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보다는 오피스가나 소득수준이 높은 중대형 평수의 아파트가 밀집한 상권이 적당하다. 방학과 학기 중 유동인구 편차가 크고 저가경쟁이 치열한 대학가나 어린이,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상권은 피해야 할 입지.

베트남쌀국수 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니다

베트남쌀국수가 웰빙트렌드에 부합되고 색다른 맛의 퓨전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지속적인 시장 확대와 성장을 낙관할 수는 없는 현실.

국내 도입 초기, 베트남쌀국수전문점 시장은 경쟁하지 않아도 무혈입성이 가능한 ‘블루 오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레드 오션’이 된 상황이다. 창업아이템은 도입기를 거쳐 성장기가 되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 베트남쌀국수도 예외는 아니다. 각 브랜드들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출점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출 증대 등 ‘굳히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쌀국수는 아이템의 특성상 더 이상의 시장확대는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망에 대한 창업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자본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비싼 창업비용도 예비창업자들의 진입과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

중형 이하의 작은 점포로 출점전략을 펼치는 브랜드도 있지만 베트남쌀국수는 고객의 소비패턴과 성향, 그리고 니즈를 감안할 때 중대형 규모의 점포가 적당하다. 나름대로의 컨셉이지만 아이템의 특성에 맞지 않는 무리한 출점은 성공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상황에 따라선 제살깎기식 경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쌀국수전문점은 더 이상 ‘블루 오션’이 아니다. 따라서 치열한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月刊 <창업&프랜차이즈> 취재팀 / 사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