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당한 며느리 두 번 울린 사기꾼의 말 한 마디

2012. 2. 19. 01:44세상 사는 이야기

끊이지 않는 보이스 피싱 사고

살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

해마다 겨울이면 잦아지는 친구 부모님이나 지인들의 부음이나 사고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곤하는데이틀 전에도 아내로 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아내와 너무도 친한 언니 며느리가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고 한다.
지난 해에도 사업자금으로 남겨 두었던 돈을 보이스 피싱으로 몽땅 잃어버린 지인이 자살을 한 적이 있어 그 충격은 더 컸다.

며느리가 받은 전화 한 통

사흘 전 혼자 집에서 청소를 하던 며느리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어릴 적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외롭게 자란 며느리는 결혼 2년차로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다짜고짜 남편을 납치했으니 2천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남편 손목을 자른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당황한 며느리는 전화기에서 들기는 비명소리가 남편인줄 알고 앞뒤 안가리고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한다.
  
시어머니 속이 상하다며 털어놓은 대화는 이랬다.
"네 남편을 납치했는데 지금 당장 2천만원을 입금 시키지 않으면 바로 남편 손목을 자를테다"
"아~저~씨..뭐라구요....잠깐만요 갑자기 그게 무슨 .....?"
"왜 말귀를 못 알아 처먹어 네 남편을 납치 했으니 2천만원 내 놓으라고..."
"아저씨....지금 당장 그런 큰 돈을 어떻게 구해요..."

"그럼 지금 갖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데....."
"통장에 866만원 밖에 없어요..."
"그럼 그 돈이라도 내 놔.....먼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말해...그리고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도 함께.....단 전화를 끊으면 바로 남편의 손목을 자를테니 절대 끊지 말고......."
그렇게 경황없이 모두 알려주자 일사천리로 통장에 돈을 빼갔다고 한다.


며느리를 두 번 울린 사기꾼의 말


순식간에 당하고 난 후 비로소 정신이 번쩍든 아내.....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자 빨리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하고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했지만 이미 상황이 종료되어 돌이킬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서에 신고했을 때는 나이도 젊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에 속아 넘어갔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돈을 잃어버려 속상한데다 마음까지 상처를 입은 며느리.....그런데 그것보다 더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은 따로 있었다고 한다.
돈을 빼가면서 사기꾼이 남긴 말 한 마디가 너무나 기가 막혔다고 한다.
"돈을 다 빼 가려다 너무나 순진해서 16만원은 남기고 간다.....그 돈으로 술 한 잔 사먹으면서 실컷 나를 욕해라..."

너무나 치욕적인 이 말에 가슴에 못이 박힌 며느리가 결국 끙끙 앓아 누웠다며 속상해 하는 시어머니는 며칠 전 보이스 피싱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아무리 좋은 대책이 나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다며 혀를 찼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보이스 피싱......이제 더 이상 안타까운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