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방지용 허수아비가 있다?
2011. 11. 23. 14:54ㆍ사진 속 세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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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김장을 하기 위해 고향에 다녀왔다.
오전 일찍 시작한 김장이 오후 2시에 끝나 점심을 먹고 짬을 내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밭농사와 한우 사육을 하고 있는데 요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구제역으로 고통을 겪고 고추농사도 작황이 좋지 않아 품삯도 건지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친구와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하다 또 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차를 몰았다.
예전에 중학교 다닐 때 날마다 4km나 걸어 다녔던 길이라 익숙했는데 그때와 지금은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다.
비포장 도로라 차만 지나면 흙먼지 폴폴 날리던 그길이 지금은 산뜻하게 포장이 되었고 드문 드문 상가들이 보였다.
그리고 군인들이 운전교육을 하는 야수교에 다다르는 순간 오른쪽에 보이는 이상한 물체에 흠짓 놀랐다.
흡사 어릴 적 보았던 무당을 연상시키는 듯한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저게 뭘까?
호기심에 바로 차를 세우고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키는 2m가 넘었고 얼굴은 고양이 모습이요 머리는 공작의 깃털 같았다.
옷은 응원단복을 이어서 만든 것으로 보였는데 왜 이런 허수아비를 만들었을까 궁금해졌다.
가까이 보면 은근 귀여운 고양이 얼굴인데 멀리서 보면 무섭게 보여 마치 두 얼굴을 갖고 있는 듯했다.
친구를 만난 후 허수아비 이야기를 했더니 웃으며 이런다.
"아, 그 허수아비...난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어.....지금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 밤에 차를 몰고 가다 봤을 때는 정말 섬찟했어.."
"저런 허수아비를 왜 만들어 놓았을까?"
"글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새를 쫒으려고 만들어 놓은 것 같진 않고 조경해 놓은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아..."
"그럼 도둑을 잡으려고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로군..."
요즘 새들도 허수아비를 우습게 보는 세상인데 도둑 방지용 허수아비라니 ...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정성들여 허수아비를 만든 사람의 간절함이 엿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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