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찜질방 코골이 전용방에 들어가 보니..

2010. 11. 10. 07:22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밤 아내와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
이상하게도 서울 가는 날이면 날이 춥거나 비가 내리곤 하는데 어제도 역시 올들어 가장 추운 날 서울을 가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동홍천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는데 차가 밀리지 않으면 속초에서 서울까지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저녁 6시 조금 넘어 속초를 떠나 가평 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동대문에 도착한 시각이 8시 30분 ....
아내가 부탁한 것들을 해결하고 잠시 잠을 청하기 위해 스파렉스로 향했다.
예전에는 가까운 곳에 남성 전용 사우나실 오감이 있었지만 운영난 때문인지 문을 닫아 스파렉스를 가는데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선 사람이 많아 정신이 없고 찜질방에 두 대 식당에 한 대 합이 세대의 TV를 틀어 놓았는데 볼륨은 또 어찌나 세게 틀어놓는지 귀를 막아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잠을 포기하고 TV를 보고 있는데 오른쪽에 낯선 방이 하나 눈에 띘다.
코골이 이갈이 전용방.......
이곳에 몇번 들렸지만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찜질방에서 잠만 자고 가다보니 이런 방이 있는 줄 몰랐다.


조용히 일어나 코골이 전용방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마치 기숙사처럼 2층 침대가 나란히 놓여있었는데 아래층에 12개 위층 12개 모두 24명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마침 사람이 네 사람 밖에 없고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이 없어 코골이방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런데 2층에 올라가 보니 동그란 유리창으로 바로 옆 여자 수면실이 그대로 다 보였다.
찜질복을 입고 있는데 뭐 어때 생각했지만 여자 입장에서보면 기분 좋은 일은 아닌듯 싶었다.

어찌 되었든 잠시 후 곤하게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호랑이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새 약 두 시간 가량 잠이 들었을까?
내가 잠든 사이 어느새 사람들이 꽉 차 여기저기서 코를 고는 소리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가랑가랑 코 고는 사람 .....드르렁~푸.....허~억....허~억.....빠드득 빠드득.....
마치 듣기 싫은 소리만 골라 놓은 듯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참 이상한 것은 코를 고는 사람들은 모두 다 잠을 잘 자고 있는 것 아닌가?...
'아니, 내가 잘못된 걸까?.....어떻게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잠을 잘 수 있지?..."
아마 자신이 코를 고는 소리와 이를 가는 소리에 취해 아예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했다.
아무튼 코를 고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잠들 수 있는 코골이 방과 이갈이방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참 기분이 좋다.

코골이 방에서 나와보니 그새 찜질방이 조용하다.
TV도 모두 꺼지고 사람들도 모두 잠이 들었다.
샤워를 하고 아내와 약속한 곳으로 가기 위해 찜질방을 나선 시각이 새벽 두 시....
청계천을 건너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시라도 마음 편하게 잠 잘 수 있는 곳은 역시 내집 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