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을 깨운 아파트 화재경보기 대소동

2010. 11. 5. 10:09세상 사는 이야기

어제 오후에는 쏟아지는 잠 때문에 사무실에서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왜냐구요? 바로 전날 새벽에 울린 아파트 화재경보기 때문이죠.
전날 오후 9시쯤 집에 들어오니 아내는 TV를 보고 있고 수능을 앞둔 고3 아들은 자기 방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더군요.
수능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tv 볼륨도 낮추고 아이 공부에 방해될까 목소리도 높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날 새벽에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그동안 피로가 겹쳐 11시 30분 무렵 곤하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 한 시가 다되어 갈 무렵 난데 없이 뚜~우  뚜~우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요란한 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잠결인가 생각하고 눈을 떠보니 거실에서는 뚜~우 뚜~우 쉼없이 경보음이 울리고 밖에서는 고막이 울릴 정도로 따르륵 따르륵 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각 까지 공부를 하고 있던 아들이 방에서 나오며

"아빠, 어디서 불이 났나 봐요...아파트 전체 경보기가 울리는 것을 보니.."

놀란 아내도 방에서 튀어 나오고 나도 옷을 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 보았습니다.
문밖 복도에는 집집마다 놀란 사람들이 복도에서 웅성거리고 옆동 아파트도 불난 곳을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경비원 아저씨들은 연신 울려대는 전화벨을 받느라 정신없고 다른 경비실에 있는 아저씨들도 우왕좌왕 정신이 없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요란하게 울리는 화재경보기와 달리 이상하게 연기가 나는 곳이 없었습니다.
아파트 밖으로 나가 경비원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어디서 울린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빨리 화재경보기를 꺼야 할텐데 끌줄 아는 사람이 없어 관리자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후로도 30분간 울려대는 화재경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복도식 아파트 층마다 걸려있는 화재경보기가 양쪽에 달려 있으니 15층이면 30개입니다.
30개의 화재경보기가 동시에 울려대고 방안에서도 스피커에서 울려대는 소리를 30분간 듣다 잠이 들려고 하니 환청처럼 계속 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경비원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누군가 장난으로 화재경보기를 울렸는지 아니면 오작동으로 울린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참 별에 별일들이 참 많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아이들이 불을 내서 소동을 낸 적도 있었고 아파트 유리창과 주차된 차량에 락커를 칠해 범인을 잡느라 애를 먹기도 했고 또 부부싸움 하다 홧김에 불을 질러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 화재경보기 대소동으로 가장 놀란 사람들은 바로 고층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부산 해운대 고층 아파트의 화재 사건이 각인된 때문인지 급히 밖으로 뛰어나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예고 없이 울린 화재경보기 때문에 잠은 설쳤지만 마치 새벽 불조심 예행 훈련을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월동기로 접어들면서 각종 화재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 겨울에도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