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에 나온 물막국수 직접 맛 보니.....

2010. 9. 18. 07:26요리조리 맛 구경

강원도 지역 어디를 가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막국수다.
특히 어릴 적 직접 기계에서 뽑아 만들어 주던 막국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 그 당시에는 겨울 농한기에만 막국수를 먹었는데 요즘은 사철 어디서나 막국수를 맛볼 수 있다.

지역마다 막국수를 만드는 방법도 달라 영동지역에서는 동치미 국물에 막국수를 넣어 비벼 먹기도 하고 음식점만의 비법이라는 육수를 넣어 특별한 맛을 내는 음식점도 많은데 사람의 입맛에 따라 만족감이 다르다고 한다. 
 
영동지역에도 막국수로 유명한 음식점이 여러곳 있는데 양양의 실로암 막국수(예전 장산리 막국수) 양양군 현남면 입암리에 있는 입암리 막국수. 양양군 현남면 지경리에 있는 동해 막국수 그리고 고성군 토성면 백촌리에 있는 백촌막국수가 유명하다.  

그중 다른 곳은 다 들렸는데 동해 막국수집과는 인연이 없었다.
처갓집 가는 길목에 있지만 반대편에 있다보니 늘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고 점심무렵 들릴 때는 사람들에 치여 한참을 기다리다 돌아서기도 했다.


주문진에서 속초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현남 IC 조금 못미쳐 오른쪽에 동해 막국수라는 허름한 간판이 보인다.
1987년 창업한 이래 유명한 식도락가들이 수없이 많이 달려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허영만의 '식객'에도 소개되었는데 그 여파로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유독 많다고 한다.
위의 사진과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되었던 장면을 비교해 보면 그때와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집 앞에 세워진 차량과 늘어진 꽃들과 간판과 지붕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된 만화 식객의 한 컷



이집이 더욱 정감이 가는 것은 바로 숲을 연상시키는 듯한 꽃과 나무들이다.
지붕을 덮은 칡덩쿨과 집안에서 자라 덩쿨을 이룬 등나무 잎과 열매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칡넝쿨이 늘어진 안쪽으로 들어섰다. 점심무렵 이곳을 지날 때는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붐볐는데 3시가 넘은 시각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다른 집에서 볼 수 없던 밑반찬 그릇.....잔반을 재활용하지 않기 위해 접시 두 개와 집게 두 개를 갖다 주었다.
먹을 만큼 덜어서 먹으란다.


혼자 먹는데 이정도면 되겠지.....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의외로 맛이 좋아 조금 더 덜어서 먹었다.


비빔 막국수와 물막국수 중에 물막국수를 시켰는데 식객에서도 나왔지만 과한 김가루와 깨가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내게는 이것이 오히려 더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겨울 눈이 내리던 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먹던 그 맛......


오이채와 무채 그리고 양념장과 김가루와 깨 그리고 이집만의 비법인 육수가 잘 어우러져 깊은 맛이 우러났다.



이 집이 다른 집과 다른 점은 면발이 더 부드럽다는 점이다.

이가 없는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면이 부드럽게 잘 끊겼고 메밀 특유의 향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마치 고향에 들려 아버지와 함께 먹던 묵사발처럼 후루룩 후루룩 넘어가는 물막국수.......
혹시 이번 추석에 이곳을 지나는 길이 있다면 고향 생각 절로 나게 하는 막국수 한 그릇 드셔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