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풍호 연꽃축제를 주목하는 이유

2009. 8. 3. 00:08여행의 즐거움

일요일 피서객들이 북적이는 동해안 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그동안 저온현상으로 해수욕을 즐기기 어려웠는데 이날은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기온이 많이 오른데다 미리 예약을 했던 피서객들이 동해안으로 몰려 지정체를 반복했다.
아침 일찍 아내의 친구들과 함께 강릉 강동면 하시동 3리 연꽃재배단지에서 7월 31일 부터 8월 2일까지 열리는 연꽃 축제를 보러 떠났다. 차가 밀려 더뎠지만 모처럼 떠나는 여행이라 모두 들뜬 듯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이라 연꽃이 모두 진 것은 아닐까 궁금한 마음으로 강릉을 지나 정동진 방향으로 향했다.
강릉 시내로 진입하면 차량의 지정체가 더 심할 듯해 강릉 시내로 접으들지 않고 강릉대학과 강릉시청을 지나 약 10분 정도 달리다 안인항쪽으로 들어가 다시 좌회전을 했는데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보이지 않았다.
초행길인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없다니.....실망스런 마음으로 주변의 주유소에 들러 물어보았다.
 결국 몇번을 물어물어 연꽃 축제가 열리는 하시동 3리에 도착을 했다.


축제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입구에 서있는 별모양의 기둥이었는데 좁은 마을 도로에 주차를 하려고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는 마을 노인 한 분이 친절하게 주차를 도와주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처음 느낀 것은 축제장에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주차를 돕는 사람에서 부터 축제 위원회에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 70이 넘은 노인 분들이었다.


입구 한쪽에서는 연꽃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관이 있었고 또 풍선에 소원을 적어 연꽃으로 가는 다리 위에 매달아 놓는 곳도 있었다. 동해안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연꽃 축제라서 그런지 무언가 엉성해 보였고 화장실도 재래식이라서 불편했다.


마을 노인 분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이미 7월 31일 부터 행사가 많이 진행되고 오늘은 축제 마지막이라 행사가 대부분 끝난 상태라고 했다.풍호마을 연꽃축제는 수생식물 관찰 및 연못생태체험과 창포비누 만들기체험, 관노가면 탈 만들기 체험, 그네체험, 통가리를 이용한 전통 고기잡이 체험, 뗏배타고 습지생태 체험, 파래(용두레) 체험, 연꽃단지 야간 오색등 점등, 강릉문인협회 협찬 시 낭송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고 한다.


연꽃 사이로 놓은 나무다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좌우로 연꽃들이 즐비하고 중간중간 연꽃들이 피고 있었다.
이미 다 피지 않았을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직 연꽃이 활짝 피지 않았다.
늘 연꽃이 피는 시기에 맞추어 시작했는데 올해는 이상기온 때문에 시기를 잘 못 맞춘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우리 가족 영원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누군가 적어놓은 소박한 소원이 마음에 와닿는다.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연꽃 속에 서있는 허수아비......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외롭지 않아 보였다. 이곳 바로 옆에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포토존이라도 되는 듯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 소원을 빌듯 던져놓은 동전이 연잎에 담겨있다. 연잎은 예로부터 욕심이 없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이기도 했다. 연잎은 자신이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물방울이 고이면 살짝 몸을 누이며 물을 덜어낸다. 물방울이 고여 이리저리 구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직 연꽃이 활짝 피지 않아 아쉬웠지만 군데군데 피어있는 연꽃.....많지 않아서 그런지 더 아름답고 소중해 보였다.


꽃대를 쭈욱 내밀고 막 피려고 하는 연꽃...........


풍호는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 돗골에 있는 호수로서 옛날 호수 주위에 단풍나무가 많이 우거졌고, 까마귀가 뿌리 없는 연꽃씨를 따 먹고 이곳에 흘리면 인재가 난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호 주위에는 풍호정(楓湖亭)과 사선정(四仙亭)이 있었는데 지금은 새로 만든 정자 하나만 남아있다.
풍호 주변에는 각종 습지생물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파래를 체취해 볼 수 있는 체험장......예로부터 전해오던 파래 체취방법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군데군데 예로부터 사용하던 물건을 재현해 놓았다. 짚신 소쿠리 망태기등 아이들에게 낯선 물건들을 볼 수 있는 볼거리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도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동해안 석호인 풍호에서 사용했던 목선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목선을 타고 습지를 유유자적 돌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목선체험.....처음에는 두려워하던 사람들도 곧 목선을 타는 재미에 푹 빠진다. 주변경관과 목선이 참 잘 어울렸다.


옛날 이곳에서 고기를 잡던 도구인 통가리가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은 마치 닭장같다며 신기해 했다.


풍호 주변으로 흐르는 도랑에서 우렁이를 잡는 아이들.....옛날과는 조금다른 도랑이지만 도랑 속에는 손만 넣으면 커다란 우렁이가 손에 잡히곤 한다. 우렁이 잡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


자연산 우렁이 한 마리......이곳에서 나오는 우렁이로 우렁이 된장국이나 쌈밥을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먹거리.....이곳이 다른 곳과 달라보이는 것은 대다수의 축제 운영위원들이 모두 노인이라는 점이다. 차량 주차에서 부터 안내 그리고 곳곳에서 관광객을 맞는 대부분이 황혼의 노인들이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던 연잎국수가 3천원 , 고향에서 먹던 맛과 똑같은 도토리묵도 3천원, 가장 맛나게 먹었던 감자전이 2천원, 찐옥수수가 4개에 2천5백원.......가격이 싼 것은 물론이고 음식맛이 옛날 고유의 어머니 손맛을 닮았다.


바닷가에서 체취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방풍 막거리의 맛 역시 일품이었다. 이곳의 음식 대부분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


마을 한편에서는 이마을 할머니들이 모여서 감자전에 쓰일 감자를 깍고 계셨다.
갑자기 사진을 찍으니 쑥쓰러우신듯
"아따 갑자기 사진은 왜 찍나...."
"어차피 찍으려면 잘 좀 찍어주야......"
특유의 강릉 사투리가 인상적이었고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일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보였다.


직접 찌는 옥수수의 맛도 일품이었다. 이곳의 축제를 둘러보며 느낀 것은 마치 옛날 마을 일을 함께 하던 '두레'를 생각나게 했다. 마을 사람들이 농번기에 공동으로 일을 하던 그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였다.


부추를 다듬고 계시는 할머니들....오순도순 정담이 오가는 가운데 함께 일을 하는 모습....축제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든 작업들이 노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풍호 연꽃축제.....방풍 막걸리 한 잔과 맛깔스런 감자전 하나에 노래가 절로 나왔다.


멀리 정자와 그네와 보이고 풍호를 유유자적 떠있는 목선 .....시끌벅적한 곳 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곳 풍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비록 첫해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풍호 연꽃축제는 점점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농촌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마을의 생태환경을 가꾸고 보존하면서 마을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합심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남지 않은 농촌 마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화장실이 부족하고 재래식이라 불편했던 점과 주차장이 협소하고 연꽃이 피는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연꽃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축제를 둘러보면서 시간마다 지나다니는 기차들도 또다른 볼거리중에 하나였다.
기찻길 옆 풍호마을에서 열렸던 풍호 연꽃축제.....내년에는 더 알찬 축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