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후 실업급여 직접 받아보니 .......

2009. 3. 20. 08:53경제와 세금 상식

요즘 전세계적인 금융불안과 고유가 고물가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경기하강 속도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8년 만에 실업자 100만명 시대를 코앞에 두게 됐다고 한다.
실직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을 해체시키기도 하고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한다.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악화와 경기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 지역 어디를 가나 고용보험센타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 나도 51일간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혼란스러웠던 그때 150일간 수급할 수 있었던 실업급여를 나중에야 알게되었고 결국 끝나기 두 달 전에 신청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실직을 하게 된 것은 회사가 갑자기 공중분해 되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다.이직에 대한 대비도 없이 갑자기 다니던 회사가 사라졌을 때의 황당함이란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는데 나중에 친구가 은연중 물어보는 말에 확인을 해보니 이미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처음 고용보험센타에 가서 직원을 만나고 서류를 작성하는데 왜 그리도 창피하고 자신이 못나 보였는지 모른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는데도 이곳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급여신청을 하고 난 후에 일주일에 두번씩 고용보험센타에 가서 구직현황을 직접 수기로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작은 지역에서 아는 사람들과 얼굴을 부딪치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했다. 갈 때 마다 무엇을 했는지 이력서를 낸 곳은 어디인지 구직상황을 작성하며 이런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실업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고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을 느꼈었다.다행히도 그 해 새로운 직장을 얻어 한숨 돌렸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막막하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소리에 문득 몇년전 실업급여를 받았던 기록이 남아있을까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 이력을 추적해보니 고용보험 가입일과 상실일이 나와 있었다. 2001년 가입해서 2004년 상실한 것으로 나와있다.


실업급여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2004년 4월 1일 부터 신청할 수 있는 것을 다끝날 무렵인 2005년 2월 2일 신청을 해서 51일간 실업급여를 받았다.


실직 후 가장 괴로운 것은 갑자기 사라진 직장 때문에 갈곳이 없어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였다. 남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하고 또 작은 지역에서 드러내놓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그런 상실감에 고용보험센타를 드나들며 느끼던 자책감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런 고용보험마저 없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직원의 말로는 실직을 하고도 사업장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자격미달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었다. 요즘은 그런 사업장이 없을 것이라 믿고 싶다.오늘 아침 뉴스에 대통령이 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실직으로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말로만 내뱉는 공약이 아닌 실직자를 위한 직접적인 구제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