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현장소장의 구직 이야기

2008. 11. 25. 11:12경제와 세금 상식

요즘 살아가기 참 버겁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생활과 아이 교육과 교육비 때문에 정신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 어머니 돌아가신지 1주기가 되는 날이라서 24일날 고향집에 모두 모였습니다.
아들 일 때문에 서울에 갔다 오느라 시간 맞추기 바쁜 나나 현장에서 일하는 동생이나 모두 제 시간에 맞추기 위해 무던 애를 쓴 덕분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막내는 중국에 들어가 있어 못오고 삼형제가 모여서 동네분들과 함께 제사를 지냈습니다.
한 해 사이에 살림살이가 참 많이 힘들어졌다는데 모두 고개를 끄덕였는데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요즘 어려운 경제사정이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노인들이야 옛날처럼 나무를 때고 농사 짓고 자급자족하며 참고 살면 되지만 도시에 사는 아들 딸들은 정말 힘든가봐.....말은 안해도 가보지 않아도 전화도 자주 하던 애들이 전화도 자주 못하는 것을 보면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변변한 직장을 가진 사람도 요즘은 명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내몰리는 세상에 서민들이야 오죽하겠어.."
그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이 말문을 열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참 힘들고 스트레스를 무척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소 건설사 현장소장으로 있는 동생은 현재 하던 일이 11월달에 끝나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대기조로 남게 된다고 합니다.
회사가 일 년 동안 수주받은 일이 없어서 현재 하고 있는 공사가 끝나면 쉬어야 하는데 말이 쉬는 것이지 두 달 정도 기다리다 안되면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나가라는 말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지만 대부분 두 달 정도 버티다 공사가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대학졸업 후 뒤늦게 토목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몇 개의 회사를 옮긴 후 현재의 회사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동생은 이렇게 건설경기가 어려워질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하더군요.
공사 수주를 받지 못하다 보니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고 공사 만기일은 다가오니 불안해진 동생은 일하는 틈틈이 다른 직장을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마치 목을 조여오듯이 기일은 다가오고 새로 옮길 곳은 없어 40대 가장으로서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게 되었다고 합니다. 틈만나면 구직광고를 뒤적이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모색해봤지만 다른 회사 역시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라서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장소장들의 모임에 가면 뼈있는 농담으로 비정규직에 파리목숨이 현장소장이라며 모두 앞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한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공무원 빼고는 안전한 직장이 없다며 무한 경쟁 보다는 전세계적인 금융불안과 실물경기의 악화로 줄도산의 위기에 처한 건설사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동생.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니 40대 후반의 동생을 받아줄 회사를 찾는다는 게 낙타가 바늘 구멍을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힘들 일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닳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사일생인지 천우신조인지 공사가 끝날 무렵인 11월 하순에 인근에서 새로운 공사를 수주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고 합니다.
그 공사의 수주로 앞으로 1년간은 다시 현장소장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며 두 달 여간의 심적 고통에 살이 5kg나 빠졌다고 합니다.
먼저 끝난 다른 공구의 현장소장들은 현재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곧 공사수주가 되지 않으면 역시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늘 벼랑 끝에서 사는 듯한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니 세상이 참 행복해 보이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한다는 동생의 말에 듣고 있던 동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빨리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동네 사람들과 가족들의 한결같은 바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