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에서 껌 파는 이유를 물었더니....

2009. 2. 13. 08:10세상 사는 이야기

오늘은 아들이 졸업을 하는 날이다. 대입을 무사히 마치고 하는 졸업식이라 그런지 마음이 홀가분한 아들은 전날 친구들과 함께 보낸다며 먼저 떠났다. 다음날 아내와 함께 시간에 맞춰 학교에 도착하니 꽃 파는 사람들이 다가온다.
사탕으로 만든 꽃에서부터 만원에서 2만원 짜리 꽃이 있었는데 꽃값이 비해 그닥 풍성해 보이지 않았다.학교 담벼락에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학교와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학부모들이 한참을 관심있게 지켜 보았다.아마도 대입에 실패한 학생들이 보았다면 마음이 많이 쓰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들과 친한 친구는 이번 졸업식에 부모가 오지 않았다.
평일에 거리가 먼 이유도 있었지만 재수를 결심한 아들 친구가 혹시 부모님이 불편해 하실까 혼자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졸업식은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었는데 상의 종류도 많고 내외 귀빈들도 많이 참석해서 지루하기 까지 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린 졸업식이 끝나고 체육관을 나서는데 재학생들이 여기저기에서 책상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졸업식이 끝나기 무섭게 교실로 이동한 아들은 졸업장과 앨범 그외 기념 CD 등을 받고 선생님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런데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부모들 사이로 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졸업하는 선배들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학생들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교실 문이 열리고 졸업생이 나옴과 동시에 달려드는 학생들...."껌 하나만 사주세요...선배님" 여기저기에서 껌을 사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교복을 붙잡거나 팔을 붙잡고 껌을 사라는 소리에 순순히 천원을 내놓는 학생도 보였고 어떤 학생은 만원을 건네는 것도 보였다.
구두약을 바르고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는 것은 보았어도 껌을 파는 것은 본적이 없어 깜짝 놀랐다. 아니 무슨 껌 값이 만원씩이나 할까.....
아이들과 함께 휩쓸려 나간 아들과 친구가 입에 껌을 씹고 있다. 후배들에게 붙잡혀 껌값으로 각각 5천원을 주었다고 한다.껌값은 껌 하나에 최하 천원에서 2만원까지 받는다고 했다. 잘 모르는 선배일 경우에는 그냥 주는대로 받고 친한 선배인 경우에는 1~2만원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학생들조차도 껌을 파는 일이 언제부터 내려온 것인지도 모르는 채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껌을 파는 돈은 예전에 동아리나 MT 갈 때 공금으로 쓰기도 했으나 요즘은 노래방이나 음식값등 개인적인 용도로 쓰인다고 했다.
문제는 껌을 파는 학생들은 권유한다고 하는데 껌을 사는 학생들은 강요 당하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고 했다.
이번 졸업식에서 구두약을 바르고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선배들을 보며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껌을 파는 모습은 자주 눈에 띄었다.
"1년에 한 번이니 애교로 봐줄 수도 있잖아요'.....강매가 아닌 애교섞인 권유라며 다 선배로 부터 배운 것이라는 학생들....하지만 부모와 같이 있는 곳까지 따라와  강매하는 듯한 모습에 많은 학부모가 눈쌀을 찌푸렸다...
이것 역시 앞으로 사라져야할 졸업식 풍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