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집에서의 도박 처벌 가능할까?

2009. 2. 16. 23:59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1월에 있었던 일이다.갑자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형님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받고 문상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하던 일이 빨리 마무리가 되지 않아 서둘러 끝마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은 입구서부터 근조기와 화환으로 가득찼고 사람들로 붐볐다. 아흔 살 까지 살고 가겼으니 원은 없으실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상가집 분위기는 그리 침울하지 않은 듯 했다. 조문객을 받는 상주들과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뒤엉켜 복잡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문상을 마치고 식사를 하려고 들어서는 곳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식사와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했다.


 한편에서는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과 포카를 하는 사람들이 서너팀이 보였다. 상가집에서 다른 점이 있었다면 상조회사에서 유니폼을 입고 나와 신발정리며 음식 서빙까지 친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상조회원들이 하는 일이 참 많을 것 같다는 말에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해야 상조회 홍보도 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다며 밝게 웃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 반주로 술을 두 잔 마셨을 때 였다. 들어오는 입구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지만 칸막이가 되어 있어 얼굴을 보이지 않았는데 "너,이 xx야 내가 고발할 거야..." '도박죄가 얼마나 큰 죄인줄 알아 xx..."

막말과 함께 쏟아내는 남자는 취한 듯 혀가 꼬였는데 "고발해라 이xx야....알지도 못하는 놈이 남 노는데 와서 사람 열받게 하고 있어" "옛말에 남 노는데 기웃거리거나 훈수 두는 놈 낳지도 말라고 했어 이놈아..." 두 사람이 실갱이를 하자 주변 사람들이 뜯어 말리며 술 취한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도 심한 욕설을 하면서 경찰을 부를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싸움이 진정된 후에 상주에게 들은 이야기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여서 고스톱을 치고 있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술 취한 사람이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훈수를 들다가 시비를 붙은 것이라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형님이 궁금한 듯 말을 꺼냈다. '그런데 아까 그 술 취한 사람이 말한대로 경찰을 부르면 어떻게 될까?" ...정말 도박죄가 성립될까?....그러자 주변사람들이 갑론을박하기 시작했는데 각자 의견이 분분했다.
상가집에서 하는 도박은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쪽과 엄연한 도박이니 도박죄가 성립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하지만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날 궁금증을 풀어보려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안내원이 돌려준 전화를 들고 잠시 기다리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가에서 도박이 도박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 물었더니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초상집에서 치는 고스톱은 직업으로 하는 도박이 아닌 한 죄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형법의 입장은 재물을 걸고 하는 도박은 모두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상가집에서의 도박을 상시적으로 벌이는 것이 아닌 일시적으로 하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경찰청 창설이래 상가집에서 도박을 하다 구속된 경우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 큰돈이 오가고 고발이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돈의 액수에 따라 사안이 달라질 수 있고 일단 고발이 들어오면 조사를 해서 직업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는 꾼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어 규정에 맞게 처벌을 한다고 했다.예전에 병원 영안실에서 도박을 하다 돈을 잃자 폭력을 휘두르고 딴돈을 모두 빼앗아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며 도박 때문에 상가집 분위기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상가집에서 밤을 새우는데 고스톱 밖에 좋은 것이 없다는 문상객의 말처럼 딱히 다른 것으로 대체할 만한 놀이문화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라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