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0. 16:07ㆍ사진 속 세상풍경
오늘은 날씨가 쾌청합니다. 벌써 봄이 온듯 날도 푸근해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동안 동해안에 폭설이 내리고 미처 녹지 않은 눈 때문에 가보지 못한 것들을 확인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벌써 오전 10시가 다되어 갑니다. 아직 할 일은 많은데 거리는 멀어 잠시 해수욕장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한 주간 비가 내리고 날이 푸근한 탓에 바닷가에도 눈들이 모두 녹아서 벌써 봄바다를 연상시키는 듯 했습니다.
넓은 백사장에 나오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여름보다 겨울바다가 조용하고 운치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바다를 향해서 걸어나가다 문득 해수욕장을 혼자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군인이었는데 혼자서 바다와 모래톱 사이를 열심히 걷고 있었습니다. 왜 혼자서 바다를 걷고 있는 것일까?
보초를 서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차림도 아닌 완전무장을 한듯한 병사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없이 걷고 있었습니다.
총만 들지 않았지 정말 완전무장을 하고 말없이 걷고 있는 것이 분명 벌을 서고 있는 듯했습니다. 아들이 징병검사 용지를 받았다는 소식에 벌써 군대에 갈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혼자 걷고 있는 사병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가까이 가서 연유를 물었더니...."잘못해서 벌서는 겁니다..." 한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해수욕장을 혼자 걷게 할까....."왜...하고 물으려니.." "깊이 알려고 하지 마세요....다만 그만하라고 할 때 까지 이곳을 왔다갔다 해야합니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병사..."힘들지 않습니다....걱정하지 마십시요..."하며 모래사장을 열심히 걸어갑니다.
혼자서 발이 푹푹 빠지는 백사장을 힘겹게 걷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상사가 체벌을 할 수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병사에게 벌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사가 걸어간 자리에는 발자국만 남았습니다. 보면서 딱히 병사에게 위로할 말도 그렇다고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는 답답함을 뒤로하고 돌아서는데 마치 내 아들인양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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