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가 사라진 아내의 낙찰계

2009. 1. 3. 21:34세상 사는 이야기

위태위태하던 아내의 낙찰계가 결국 깨졌습니다.마지막에 타야 수익이 높다며 악착같이 불입금을 넣다 몇 달 전부터 불안한 생각이 들어 쎄게 써 넣고 탔는데 그렇게라도 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아내. 낙찰 된 후에도 계주가 빨리 낙찰대금을 입금시켜 주지 않아 조바심을 내다 일주일이 넘어서 받았는데 결국 지난 달에 낙찰 받은 계원의 돈을 해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다 도주를 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뱅킹이 잘못되어 송금을 못했다.. 비밀번호 오류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등 믿을 수 없는 핑계를 대다가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아 찾아가 보니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고 합니다. 

계주는 10년 동안 이곳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며 낙찰계를 운영해왔는데 경기침체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며 돌려 막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300만원,500만원, 1000만원. 2400만원,3000만원 등 여러 구좌의 낙찰계를 운영하며 첫번에 낙찰을 받고 유령회원 두 명을 앞세워 낙찰대금을 받아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액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부산일보
                                                                                        이미지출처: 부산일보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직 낙찰 받지 못한 피해자가 가게로 찾아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계주가 도망갔으니 이번 달 대금을 지불해 달라고 하더랍니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주가 낙찰계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때나 도주하였을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승계하였다 하더라도 지불할 의무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내는 다음달 불입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서로 얼굴 붉혀서 좋을 것 없고 힘들게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현재 이 사건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내는 결혼 후 20년간 낙찰계를 해왔었는데 그동안 운좋게도 한번도 떼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번처럼 타고 난 후에 깨진 경우는 있어도 직접적인 손해를 본 적은 없었습니다.
늘 계주와의 인과관계을 중요시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일 경우에는 바로 낙찰 받아 피해를 최소화한 덕분이었습니다.
낙찰계를 하지 말고 은행에 적금을 부으라고 해도 아내는 늘 낙찰계를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낙찰계원들이 잘 아는 사이라 서로 상부상조하고 또 많은 손님을 소개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많을 때 나중에 낙찰 받을 수록 수익이 높지만 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험 부담감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고 합니다.
이번에 달아난 계주는 처음 거래하는 사람이었는데 이곳 토박이고 친한 사람의 소개 때문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위태로워 보여 세게 쓰고 타다보니 원금도 건지지 못했지만 그나마 계가 깨지기 전에 빠져 나온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는 아내......
낙찰계가 깨질까 노심초사하는 몇 달 동안 속이 시커멓게 탔다며 이제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아들의 학비와 학원비 때문에 더 이상 계를 들 여력도 없지만 앞으로 위험부담이 큰 낙찰계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번 만큼은 아내의 그 마음이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