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때문에 살인 용의자로 몰렸던 친구

2008. 12. 17. 18:44세상 사는 이야기

어제는 친구와 함께 동명항에서 도루묵 찌개에 술 한 잔을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에서 온 친구는 이맘 때면 도룩묵 맛을 잊지 못해 꼭 찾아오곤 하는데 저녁 식사와 반주로 소주 몇 잔에 그간 일들을 이야기 하던 중 이번에 아들이 강도 용의자로 몰려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친구은 자신은 살인 용의자로 몰려서 한달간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 TV를 보다가 뉴스에 나오는 살인 사건 소식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잘 아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친구는 호기심에 그곳으로 가보았다고 합니다.
그곳은 카페를 하던 자리였고 위층에서 주인부부가 살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자가 없는 사이 여자가 야구 방망이에 맞아 죽었는데 그 카페 주인과 친자매처럼 친했던 동생과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그곳에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살인사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놀란 동생은 전화를 끊고 카페주인에게 몇 번 전화를 걸어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죽은 카페주인이 전화를 받을리가 없었고 친구는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친구는 이유를 물었고 경찰은 경찰서에 나와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하고 경찰서에 나간 친구는 그제서야 자신이 살인 용의 선상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면식범의 소행으로 생각한 경찰이 전화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죽은 카페 주인에게 전화를 건 동생을 포착하게 되었고 동생에게 전화를 건 친구가 사건이 난 곳에서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을 안 경찰에 의해 친구가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건 당일 알리바이와 함께 있었던 친구들의 도움으로 귀가는 하게 되었지만 늘 경찰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범인이 잡히는 한 달 내내 마음을 졸였다고 합니다.
애당초 그곳에 가지 않았으면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호기심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산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범인들이 잡혔는데 범인들은 인근에 주유소 주인이 카페주인의 남자와 금전적인 문제로 심하게 다투다 청부살인을 의뢰하게 되었고 청부살인을 받은 범인들이 카페주인 집에 들어갔으나 마침 남자는 없고 카페여주인만 있자 냉혹하게 죽이고 달아난 것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이 카페여주인과 남자의 주변 인물에 대해 꾸준히 탐문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유소 주인이 거론 되었고 통장 거래 내역과 전화통화를 추적 조회하는 과정에서 범인들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라고 합니다.
친구가 용의 선상에 올라있는 동안에는 늘 뒤에서 누군가 감시하는 것 같아 마음 놓고 나다니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 그 때 꼼짝 없이 누명을 썼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며 아들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 아니면 모른다고 하더군요.
괜한 호기심 때문에 일어난 그 일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친구 얼굴에는 그때의 긴장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