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 주식 폭락보다 더 무서운 것은?

2008. 12. 8. 17:01세상 사는 이야기

올 연초에 장밋빛 전망으로  2000선을 꿈꾸던 주식과 펀드가 금융불안으로 폭락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투자한 금액이 반토막이 나고 그 여파로 펀드매니저가 자살하는 등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서민들에게 주식 폭락은 민감하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물가가 폭등하고 기름값이 오르는 것에는 민감해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고철이나 폐지를 모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주식폭락보다 몇 배 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고철값의 폭락과 폐지값의 하락이다. 올초 고철가격은 kg당 650~670원까지 치솟았다 7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내려오더니 지금은 kg당 50~100까지 떨어졌다. 폐지값 역시 kg당 200원까지 치솟았으나 5~60원으로 급락했다.반토막이 아니라 6~7배로 폭락을 한 것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석유가격의 급등으로 시작된 원자재 가격의 잇단 상승으로 귀한 대우를 받던 고철 등 폐기물들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부 업체에서는 아예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문을 열어놓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계산 때문에 문을 닫는가 하면 막대한 손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고철값이 급락하면서 고물상이 문을 닫자 리어카나 손구르마를 끌고 다니며 고철이나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공포로 다가왔다.


실제로 요즘 폐지를 줏어도 받아주는 고물상이 많지 않아 평소보다 먼거리로 폐지를 팔러 가지만 손에 쥐는 것은 돈 천원을 쥐지 못한다.
고물상에 갖고 가면 kg당 30원을 쳐주는데  하루종일 줏어봐야 30kg 남짓 ...가격으로 치면 9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두 달전 공장에 있던 박스를 처분할 때 까지만해도 kg당 100원을 쳐주던 것을 이제는 30원에도 직접 가져 가지 않는다고 한다. 왔다갔다 기름값에 인건비를 제외하면 결국 손해가 난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아침 저녁으로 폐지를 줍는 차량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는데 지금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에 다른 고물상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공장에 있는 박스를 처분하려고 하는데 요즘 가격이 얼마나 하죠?"
"형편 없어요...."
"가격은 얼마나 하죠?"
"가격이요?  말해줄 수 없어요...그리고 처분하려면 직접 가지고 오세요.."
아주 퉁명스럽게 받는 아주머니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요즘 고철이든 폐지든 팔려면 직접 가지고 오셔야 해요...가격도 와서 보고 결정하니까 가져오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아주 짧고 간결하게 자기 할말만 하고 뚝 끊어 버린다.
요즘 고물상 마다 고철이 비쌀 때 쌓아놓았다 폭락을 하면서 미처 팔지 못한 것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속이 다 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전이었다 올해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는데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20도는 넘어 보였다. 아이를 학교에 태워주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도로 위에 할머니 한 분이 손구르마에 폐지 몇 개를 싣고 걸어가고 있엇다.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아침부터 폐지를 줏으러 다니시다니........저러다 넘어지시거나 감기라도 들면 약값이 더 들텐데.....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침 부터 폐지를 줍다 점심 때는 무료급식소에서 한끼 식사를 때우고 또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올 겨울은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
가격이 폭락하고 손에 쥘 것 없어도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폐지 줍는 것 밖에 없다는 말이 두고두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