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 영감을 닮은 감나무가 있다

2008. 11. 13. 11:39여행의 즐거움

강릉시 초당동에는 송림이 우거진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옛 강릉대학교가 있던 강릉고 주변에는 노송들이 어우러저 운치를 더해주는데 일제시대 송진을 채취해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또 이곳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많은데 지금은 노쇠해서 많이 죽고 가지가 부러진 것도 많다.
80년대 대학을 다니던 친구와 함께 많은 추억을 쌓았던 곳인데 아이가 수능을 보는 동안 짬을 내서 들러보았다.
홍길동길을 따라 허난설헌의 생가로 가는 길은 좁았지만 늦은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좁은 도로를 따라 다다른 허난설헌 생가터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데 가운데 커다란 감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감나무 한 그루....그런데 나무 아래가 온통 울퉁불퉁하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허난설헌 생가터고 나무는 주차장 가운데 터를 잡았다. 멀리서 봐도 아래가 울퉁불퉁하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마치 몸에 두드러기가 난 듯 몸 전체가 두들두들 하다.....소름이 돋을 듯 징그러운 모습이다.


나무 아래는 자라면서 잘리고 잘려 옹이가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나무에 혹이 난 것인지 알 수 없는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어떤 나무든 나무가 잘린 곳에는 옹이가 생기거나 굳은 살이 박힌다고 한다. 이 감나무도 오랜 세월 그런 과정을 겪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몸에도 감나무처럼 저렇게 많은 혹을 달고 있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온통 울퉁불퉁한 혹부리 감나무를 보면서 문득 전래동화에 나오던 혹부리 영감이 생각났다.
혹부리 영감이야 혹이 두 개 였지만 이 감나무는 혹을 주렁주렁 매달고 산다.
그래도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