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보다 마음이 배부른 음식점이 있었네

2008. 10. 19. 12:08여행의 즐거움

아침 일찍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이 바뻤다. 약속시간에 맞춰서 가야하는데 한계령의 단풍이 자꾸 가지마라 한다. 붉게 물든 손으로 바람을 흔드는 단풍의 유혹을 벗어나기란 정말 쉽지 않았지만 산다는 게 뭔지 차 안에서 한계령의 가을 풍경을 담아 서울로 향했다. 약속을 파기할 수 있다면 그냥 이곳에 퍼질러 앉고 싶다는 동생의 말을 뒤로 하고 원통을 지나 홍천으로 향했다.
아침 안개가 자욱하지만 신선한 공기에 마음은 가벼웠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양평을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면서 점차 차량이 밀리기 시작하고 탁한 공기가 피부로 느껴진다.
이상하게도 서울에 오면 오래 머물수가 없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고 마음이 늘 무겁다. 그만큼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약속했던 사람을 만나고 남는 시간에 2008년 코리아 푸드엑스포를 관람했다.
 변해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먹으려니 마땅한 곳이 없어 계속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팔당대교를 건넜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들린 곳이 국수리에 있는 모비딕이라는 곳이었는데 밥이 맛있는 집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밥도둑 간장게장이라는 것에 함께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마치 카페같은 분위기의 음식점은 4차선 도로에 붙어 있어 여행길에 들리기에 참 좋은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자 왼편으로 황톳빛 토기들이 눈에 띈다 . 주인 부부인듯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사진이 정겹다.


아주 토속적인 분위기가 나는 이집 천정에는 물고기 모빌들이 둥둥 떠 다녔다. 실내 곳곳에 아기자기한 토기들이 눈에 띄었다.


어릴 적 우리네 정겨운 삶을 축소해 놓은 듯한 토기와 서적들....물동이를 이은 어머니 오줌싸게 등잔불 등 친숙한 모양이 많았다.


간장게장을 시키고 혼자 뒷문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산책로가 있었다. 호기심에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보았다.


올라가는 길에 아주 정겨운 한우가 반겨주었다. 음식점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산책로 중간에는 세 동의 하우스가 있었는데 하우스 문을 열자 많은 야생화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 야생화 하우스가 있다니...


갈라파고스라는 이름의 이곳 야생화동산은 음식점의 남편이 운영하는 곳인 듯했다. 이곳에서 통키타와 다른 음악 공연도 하고 도자기 체험도 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는데 짙푸른 대나무 아래서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또 다른 곳에는 경주의 포석정을 꼭 닮은 곳이 눈에 띄었는데 물이 흐르는 곳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놓았다. 급하게 둘러보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는 전화가 왔다.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일행과 함께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음식은 모두 국산으로 직접 재배한다고 했는데 내게는 70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보다 야생화 농원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