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찾습니다 현수막이 걸린 까닭은?

2008. 9. 5. 09:39사진 속 세상풍경

양양 공장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햇살이 뜨거워 땀을 뻘뻘 흘렸다.조금만 움직여도 땀 범벅이니 빨리 집에 가서 샤워를 해야지........ 바쁜 마음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회룡초등학교 담벼락에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다. 어제는 분명 없었는데 언제 걸린 걸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오늘 오후 3시다. 지금 시각이 6시30분이니 약 3시간 30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현수막이 걸리다니.........
사례금이 오십만원이란다. 암놈으로 세 살 짜리 크카스파니엘인데 턱밑 다리사이 피부질환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써있다.
시골 개는 때가 되면 다 들어오는데 왠 호들갑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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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까지 걸은 것과 강아지가 x개가 아닌 것으로 봐서는 이곳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주변이 대부분 논과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군부대도 있어 찾기 쉽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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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려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7번국도 나가다보니 전신주마다 '강아지를 찾습니다' 라는 벽보가 붙어있다. 차를 몰고500m 정도 갔을까?...앞에 한 남녀가 걸어오고 있다. 손에는 전신주에 붙어있던 벽보를 들고 있다. 강아지를 찾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많이 지쳐있다.
"아니 어쩌다가 강아지를 잃어버렷어요?"
"이곳에 있는 애견펜션에 왔었는데 오늘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강아지가 담을 뛰어 넘어 도망갔어요..."
아니 이런 시골에 애견펜션이 있었다니.....애견카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애견펜션은 금시초문인데...
속으로 적잖히 놀랐다.
"강아지가 피부질환을 앓고 있어서 약을 복용해야  하고 오늘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찾지 못해 애가 탑니다."
"그래서 이곳 주변에 강아지 사육장과 건강원을 찾아가 보았으나 허탕을 쳤습니다."
"보시면 제발 연락을 좀 해주세요...."
간곡하게 부탁을 하며 다시 펜션으로 올라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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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과 헤어져 물치방향으로 나가는데 곳곳마다 벽보가 붙어있었고 버스승강장에도 그리고 학교에서 보았던 현수막이 이웃마을에 까지 걸려있었다.
얼마나 강아지를 좋아했으면 저렇게 할까....
나는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아 그 마음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을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더구나 요즘 키우다 버리는 유기견들이 너무나 많다고 하는데 저렇게 시골길을 헤매며 찾아헤매는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한 것을 잃어버렸다면 마음 아픈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젊은 부부가 꼭 강아지를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