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를 꽁꽁 묶는 거미를 포착하다.

2008. 8. 28. 08:51사진 속 세상풍경

요즘 산과 들은 가을 준비가 분주하다. 바람도 제법 선선해서 산행을 하기에도 좋은 날씨다.
며칠 동안 바다낚시가 아닌 호수 낚시를 다니면서 얼굴과 손발이 모두 햇볕에 그을려 따가웠지만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어제는 양양공항 인근의 저수지로 낚시를 갔었다.
아주 작고 아담한 저수지였는데 잡으려는 고기는 쉽게 낚이지 않았다.
떡밥을 썼는데도 버들치만 간간히 올라올 뿐 붕어나 잉어는 입질조차 하지 않았다.
무료해서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려고 호수를 따라 걷다가 요즘 보지 못하던 큰 거미를 발견했다.
호수를 바라보고 가다가 눈에 띄 거미줄에는 사마귀가 걸려있었다.
걸린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사마귀가 살아있었고 거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마귀가 작은 것으로 봐서는 옆에 높은 나무를 기어오르다 떨어져 걸린 것 같았다.
지난번 인제군 백담사에서 보았던 거미가 잠자리를 포박하는 장면과는 사뭇다른 모습이었다.
아마도 거미는 거미줄에 걸린 먹이의 크기나 무게를 가늠하고 언제 포박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듯 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한참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거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달려든 거미는 놀랍게도 엉덩이에서 실을 내뿜으며 사마귀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거미의 엉덩이에서 거품을 물듯 하얗게 실을 뽑는 장면은 나도 처음 보는 일아라서 놀랍고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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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보려고 해도 작은 거미들은 실을 뽑는 장면을 볼 수가 없었지만 이날 거미는 너무나 선명하게 엉덩이에서 실을 내뿜었고 동시에 다리로 사마귀를 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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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을 뽑으며 동시에 다리로 묶는 거미의 동작은 빠르고 신속했다. 사마귀도 처음에는 조금 저항하는 듯 하더니 금새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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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로 꽁꽁 묶어놓은 뒤 거미가 사마귀를 마취시키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사마귀의 머리에 붙어서  한참을 있더니 다시 거미줄의 정가운데로 가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더 놀라웠던 것은 거미가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동영상에 잘보면 사마귀를 포박하기 전에 거미의 머리에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새끼 거미였는데 거미의 몸에서 떨어리려 하지 않았다.
낚시로 월척을 잡은 것만큼이나 흥분되었던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