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배꼽시계 맹구가 그립다.

2008. 6. 26. 09:03연예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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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코미디를 기억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누굴까? 나는 서슴없이 맹구 이창훈을 손꼽는다.
배삼룡과 이주일에 이어 심형래가 80년대 후반 바보 영구로 인기를 끌었다면 90년대를 웃긴 바보는 맹구이창훈이었다 .
80년대 후반 유머일번지에 이어 신설된  한바탕 웃음으로 라는 프로그램 속에 마지막을 장식하던 봉숭아학당은 바보 맹구의 출현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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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지 못하는 치기어린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주었던 맹구는 엉뚱하게 남을 골려먹던 영구와는 다르게 정말 바보같다고 느낄 정도로 순수함이 묻어난 바보였다.
 이를 두고 이창훈은 “70년대 드라마 ‘여로’의 영구(장욱제) 연기를 모방한 심형래의 영구와 달리 맹구는 순전히 창조된 바보 캐릭터”라고 말했었다.
영구 심형래가 잘모르겠는데요?라는 유행어로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며 사회문제가 된 것처럼 맹구의 유행어 역시 흉내내는 학생들로 인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하면 맹구처럼 "선생님 ~~저요저요~~!!!" 하며 흉내를 냈고, 배트맨도 학창시절 흉내 안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인기는 목욕탕 달룡이 라는 캐릭터에서 '난 짜장은 싫어~ 난 짬뽕'이라는 유행어로 또한번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는데 홀연 99년 방송을 접고 개그계를 떠난 후 방송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 그가 다시 대중앞에 나타난 것은 2007년 1월 15일 대학로 창조홀에서 개막한 연극 ‘둘이 타는 외발자전거’(연출 김순영).로 15년만에 출연하게 되면서 부터다
"극장에 들어서면 오래 전 떠나온 고향의 흙냄새 같은 게 느껴져요. 제발이지 맹구는 잊어주세요. 맹구로부터의 탈출. 그게 제 바람입니다. 이제부턴 개그맨 아닌 배우 이창훈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맹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며 배우한텐 치명적인 배역이었다며 코미디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연극인 이창훈
그는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이 개그맨이 되었던 것과 그로 인한 일화를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저는 개그맨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대본대로 연기하는 건 자신있지만, 다른 개그맨들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애드리브도 치고 할 능력이 없으니까요. 방송은 늘 시청률 싸움에 허덕이니까 ‘한국의 찰리 채플린’을 꿈꾸는 저를 이해하고 기다려 줄 시간이 없는 겁니다.”

90년 방송국 PD 눈에 띄어 KBS의 ‘코미디 하이웨이’에 출연할 때 ‘딱 한 번만!’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 번 시작한 방송 코미디는 늪이나 마찬가지였단다.

“일단 뜨니까 출연제의가 쏟아져 몸을 뺄 수가 없었다”는 그는 “91년 ‘봉숭아학당’에서 맹구라는 바보 캐릭터로 ‘배트맨~’ ‘우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자 부담스러울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맹구로 사랑받던 사람이 맹구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시청자는 이창훈하면 90년대 순수한 웃음을 주었던 맹구로만 기억하니 그 강렬한 캐릭터로 인해서 다른 것을 할 수가 없다는 불편함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추억과 향수는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맹구이미지는 이창훈 개인이 극복해야할 사안이고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맹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순수한 바보로 그리고 봉숭아 학당에서 시청자의 배꼽을 끌어들이던 배꼽시계의 전설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시국이 어려울수록 순수한 바보 맹구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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